한상규 논설위원

한상규 논설위원

 19세기 영국의 용감한 장군 쿠웨인 경은 어느날 산종을 가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여인의 외마디 소리를 듣게 되어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곧 한 여인을 보았다. 그는 얼핏 보기에도 그녀가 대단한 미녀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그런데 돌연 그녀는 마녀로 돌변하면서 쿠웨인경에게 마법을 걸었다. 그 뒤 그는 겁쟁이가 되어 전쟁터에서 적군만 보면 갑옷 속에 오줌을 싸곤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뒤에 용기를 되찾았는데 그것은 어느 미녀와 잠자리를 하고 나서부터 원래대로 회복했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충격으로 인간은 희비가 오가는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긍정적인 변화는 큰 발견을 하여서 큰 업적을 이루거나 명언을 남긴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한밤중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비몽사몽간에 떠오른 생각을 적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 한다 고로 존재 한다"라는 명제를 남겼다. 인간은 사유하는 과정에서 합리론적인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생각하는 동물이다"고 한 이성적 사고를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이래 진일보한 철학적 논제가 되고 있다.

 반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감성에서 발견된 사고의 변화다. 그는 비엔나의 전차 안에서 갑자기 꽝! 하는 소리에 놀라 급히 내려서 생각해낸 것이라고 한다. 파스칼은 한 여름날 낮에 갑자기 먹구름이 일면서 천둥번개가 치기에 놀라서 땅에 숨을 죽이고 엎드려 한참 있다가 일어나서 깨달은 것이 인간의 존재가 자연 앞에 한없이 나약함을 깨닫고 인간은 신에게 의지해야 한다면서 "인간은 신과 동물의 중간자적 존재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30여 년 전 필자가 대구의 어느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대구역 앞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농산물 등을 나르는 지게꾼이 많았다. 고달픈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몇 푼의 돈으로 살아가는 지게꾼에게는 밀린 월세를 갚기에도 빠듯한 생활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모처럼 돈이 생겨서 주린 배를 국수로 떼우고 복권을 두 장샀다. 그는 구입한복권을 움켜지고 집으로 갔다.

 그가 복권을 산 것은 지난밤에 꿈에 대통령이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흰 봉투를 주길래 고맙다고 인사하고 받았다고 한다. 그날은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아침 일찍 평상시처럼 대구 역전 앞에 가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권이 발표되든 날 설래임으로 기다리다가 자신이 산 복권이 1등 당첨이 된 것을 알고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하늘이 자기를 도와주었다고 기도하였다. 이 지게꾼에게 행운이 온 것은 따지고 보면 당연한 하늘의 순리 일 것이다. 그는 추우나 더우나 눈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성실하고 품삯을 받으며 월세 방에서 가족들과 빈궁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를 탓하거나 속이지 않고 살았기에 이런 복이 온 것이다. 원래 한국인의 민초들은 정직하고 순수하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실은 지금이라는 절박함이 목전에 놓인 것이다. 삶의 매 순간은 긴장의 연속이고 문제의 시간을 동반한다. 그 문제가 미해결된 채로 쌓여간다면 피곤한 역사만 남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 만큼이라도 버티는 것은 예와 염치가 있고 남을 긍휼히 여기는 어진 마음과 자신의 이익보다는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현실대응 자세에서 공자가 말한 인간적인 모습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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