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허균 편집국장

 유튜브 세상이다. 팔순이 코앞인 모친도 더 이상 tv프로에 흥미를 두지 않는다. 뭉툭한 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누를 수 있을까 싶지만 당신이 보고 싶은 동영상들을 귀신처럼 찾아내 재생한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유튜브에 빠져 있다.

 지난 3일 유튜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보수의 대표 논객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진보의 대표 논객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펼친 토론 대결이 그것이다. 두 논객의 입담 대결은 유튜브에 공개되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 모두가 정치인이자, 정당 대변인인 이 땅에서 두 논객의 토론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날 공개된 토론에서는 예상됐던 치열한 논쟁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진행돼 김이 빠졌다는 평과도 나온다. 하지만 두 논객은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며 각을 세우기보다는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공감을 얻었다. 똑같은 사안을 보고도 진보와 보수진영의 생각이 다르듯 두 논객의 시각과 생각은 상반됐다.

 두 논객은 야권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했다. 유 이사장은 "여야, 보수, 좌우, 진보가 균형을 이뤄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야권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은 몇십년 전에 보이던 모습"이라고 우려했고 이에 홍 전 대표도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재인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유튜브는 보는 이의 입맛에 맞는 동영상을 선별해 제공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는 진보 성향의 시민을 더 진보 쪽으로 보수 성향의 시민은 더 보수 쪽으로 무장시킨다. 그래서인지 유시민 이사장이 토론 시작 전 "편식은 해롭다"라며 "알릴레오, 홍카콜라 구독자도 그렇다. 주식(主食)이 있더라고 가끔씩 별식(別食)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홍카콜라) 10번 보시다가 한 번쯤은 알릴레오도 봐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보수도 진보도 다른 진영의 생각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논객은 이날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했고, 이들이 나눈 대화는 다음날까지 회자됐다. 국민적 관심 때문인지, 두 논객이 나눈 토론은 무수히 기사로 재생산됐다.

 홍 전 대표가 "보수와 진보로 나눠진 지금의 시대 분위기가 해방 이후와 비슷하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아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보수단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하는 곳까지 찾아와 집회를 열었지만 주먹다짐은 없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7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고 했다. 보수와 진보, 진보와 보수로 대한민국이 쪼개져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유 이사장의 말처럼, 지금 우리 국민은 7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련돼 있다.
 
 두 논객은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사사건건 평행선이 이어졌지만, 관점의 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논객이 보여준 세련된 토론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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