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칠산행정사 사무소 대표 행정사(시인/수필가)

 

 반칙! 정해놓은 규칙이나 규정 따위를 어그러뜨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로 인해 사회적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하는 몹시 나쁜 짓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법은 있으나 악용되고 질서는 있으되 혼란스럽지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그것을 모른 척하고 넘어간다. 질서를 지키면 손해를 보고 정의로우면 손가락질을 받기에 모른 척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반칙의 법칙이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만명에게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기주의와 탐욕으로 똘똘 뭉친 만명의 패거리들이 온갖 꼼수와 반칙으로 상식과 원칙을 조롱하듯 군림하는 참담한 현실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그나마 반칙이 용인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면 아마 스포츠 세계일 것이다. 농구에는 5반칙 퇴장이 있고 축구에도 경고와 퇴장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위들이 심판의 눈에 띄었을 때 만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경기장에서는 심판의 눈을 피해서 선수들끼리 욕설을 하거나 약을 올리는 비신사적인 반칙행위들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제발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룰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자기 능력껏 살아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해에는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로 시끄러웠다. 어느 공공기관에서는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도 없던 모 권력자의 딸을 최종합격자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얼마 전에는 ○○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하여 쌍둥이 딸에게 건네준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명색이 우리나라 최고명문대학의 교수가 쓴 논문에 고등학생 아들을 공동저자로 기재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2007년 이후 10년간 전국 50개 대학 전·현직교수 87명이 쓴 139건의 논문에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저자로 올린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니 정말 교육계의 반칙은 일상적인 것일까!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엇나간 부정(父情)으로 인해 교육현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특권층들은 그들만이 가진 권력과 금력으로 무수한 사회적 반칙을 행하여 왔으며 그 특권층들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경찰 권력이 나서서 사건을 은폐, 조작하고 공공연한 재판거래로 헌법에 위임한 국가권력을 자신들의 사익 편취에 악용하는 반칙을 저질러온 것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를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법을 터득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더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고액 사교육비를 쓰는 아이들이 이른바 명문대라고 불리는 SKY대학을 휩쓸고 여기를 졸업한 이들이 사회 주류층을 차지하는 부와 권력의 대물림 사회에선 이미 공정한 룰 이란 깨지고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홍길동이나 로빈-훗 같은 또 다른 반칙왕들의 이야기가 사회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아닐까!

 반칙 사회는 결국 개인과 사회를 불행하게 만든다. 특권층끼리 결탁하고 담합하여 반칙을 일삼으면 평범한 다수 국민들의 삶에 좌절과 상처만 줄 것이다.

 원칙이 성공하는 역사, 반칙과 특권이 발붙일 수 없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한 지 10주기가 지났다. 이번에 공개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친필 메모 속에서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이라고 적을 때의 심경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맞구나’라고 적힌 메모를 보면서 희망을 가져도 될 뻔했다는 상상도 해보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조금은 더디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뜻을 세워 노력하자는 당부의 메시지로 이해하고 싶다.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하며, 특권층끼리 담합하고 공생하여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말씀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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