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기묘년 3월 그믐

-호구와 합환

 

 오늘은 외할바마마 출중각간께서 입궁하시어 어마마마 숙황후와 자리를 같이하고 여러 말씀을 나누었다.

 할아버지는 “우리 유민 공주도 이제 나이 23세나 되었으니 호구를 정해서 이제 합환례를 올려야지. 황후도 23세 가을에 합환례를 올렸으니 좋은 호구를 정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나는 조금 부끄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나도 성인이 되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바마마께서도 들리시어 “우리 착하고 예쁜 공주, 뿐만 아니라 영특하기도 한 공주를 누가 데리고 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내가 될걸 허허…….”

 어마마마께서도 내가 합환을 올리게 되면 임신과 교견을 많이 보낼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

“전 그런 것에 마음을 두지는 않아요. 우리 금관가야가 강성해져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신라, 고구려, 백제가 넘보지 못했으면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아바마마께서는 “음 우리 유민 공주는 과연 유충인의 딸이로다. 이 아비의 걱정을 여식도 함께해 주고 있으니 효녀 중의 효녀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잦은 국경 충돌을 없애기 위해 결혼 동맹을 신라에 요청하고 싶기도 했지만 귀한 자식을 국제 관계에 이용하는 것 같아서 선뜻 마음에 내키지 않았어…….”

 나는 아바마마의 마음 고생을 덜어 드리고 국태민안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몸 어느 나라에 시집간들 어떠랴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지난번 낙동강변 전투에서 다행히 내린 비로 우리 가야 군대가 유리해져 무난히 신라군을 물리쳤다. 이후 재차 공격해오는 신라군을 무찔러 쫓았지만 가야의 철기부대 병사들의 희생이 많았다는 보고를 받은 아바마마께서 잠을 이루지 못하셨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이기 때문이다.

 자충패는 전장에서 전투 직전에 동족애를 높이고 천지신명께 승전을 간구하는 노래와 춤을 추지만 이 소녀는 그러지도 못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기묘년 4월 초닷새

-거북아 거북아

 

 오늘은 온 나라가 제천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백성들은 동으로 흐르는 물에 몸을 씻는다. 재앙을 물리치고 새 복을 맞기 위한 염원이 담긴 계욕풍속이다.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몸을 깨끗이 씻는다. 시녀 구슬이와 여러 시녀들과 함께 백성들 가운데서 함께 목욕했다. 목욕하며 좋은 호구(남편) 만나기를 기원하였다.

 백성들은 내가 그들과 함께 목욕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상쾌했다. 구슬은 녹두물에 나의 머리를 감기고 동백기름을 발라 머리카락엔 윤이 나고 은은한 냄새가 났다. 나는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

 각 고을에는 술과 떡, 차, 과자를 차려놓고 하늘에 제사 지내고 경미한 죄인은 풀어주며 함께 음식을 먹는다. 금관옥적과 가야금가락에 맞추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자충패가 나와 가무백회를 연행하여 천지신명과 재불을 즐겁게 한다. 노래와 춤 거기다 몸짓과 대사를 주고 받으며 하는 짤막한 연극은 모인 사람 모두의 관심과 흥을 돋구게 하는 백미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