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부처님이 세상을 떠난 지 수 백년이 지난 후, 인도 땅에서 금강경을 비롯해 화엄경, 법화경, 열반경 등 수많은 대승경전이 대대적으로 중국에 수입되면서 엄청난 분량의 경전들이 번역되었고, 화엄종, 삼론종, 천태종, 정토종 등 교종의 여러 종파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교외별전 불립문자(敎外別傳 不立文字)'를 표방하며 선종이라는 중국의 불교가 등장하였는데, 이는 '묘한 진리를 문자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것으로 교(敎) 밖에 별도로 전한 것'이란 말입니다.

 이는 선종의 종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로써, 경전의 가르침과 설법이 아니라 체험에 의해서 별도로 전해지는 것이 바로 선의 진수이므로 오직 좌선에만 의지해서 석가세존의 깨달음에 바로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방대한 경전은 쓰레기에 불과하며 진짜 부처님의 가르침은 따로 이심전심(以心傳心) 즉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 내려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전해진 부처님의 진리를 직접 깨닫게 하는 선(禪)을 강조하고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이야기를 내세워 그들 선종이 부처님의 정통 계승자임을 주장했습니다. 중국 송(宋)의 회암지소가 저술한 『인천안목(人天眼目)』에는 "대범천왕이 영산에 와서 석가모니께 바라화를 바치고 중생들을 위한 설법을 청하자 석가모니가 단위에 올라가 꽃을 들어 보였다. 대중들 가운데 여기에 응대하는 자가 없었는데 유독 금색의 가섭이 파안 미소했다. 그러자 석가모니가 '나의 정법안장을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대범천왕문불결의경』에 있다고 했는데, 이 경은 1004년 발간된 『전등록』 이후에 등장하는 것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 즉 가짜로 알려진 경전입니다. 온갖 경전들을 다 모아 놓은 고려 팔만대장경에도 이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선종이 주장하는 염화미소의 그 근거는 부처님이 인도에서 세상을 떠난 지 천년을 훨씬 지난 후 중국에서 만들어진 '카더라 통신'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가짜뉴스'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부처님이 펼쳤던 자비로운 자상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부처님은 성도 후 45년 동안 인도의 전역을 유랑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가르쳤습니다. 특히 부처님은 친절하게도 가르침은 듣는 사람의 근기에 맞추어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면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묘한 진리가 있다. 문자로는 드러낼 수 없다는 것으로 교 밖에 별도로 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부처님이 설한 것이 모두 헛소리였다는 의미가 되어 황당해집니다. 그리고 "지혜가 있든 없든 인연이 되면 증득 할 것"이라는 간화선의 보충 설명은 더 어이가 없습니다. 불교는 지혜의 종교이며 반야지혜를 갈구하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지혜가 있든 없든 인연이 되면 증득한다는 설정을 해 버렸으니 마치 부처님이 깨친 진리가 로또처럼 재수 있어야 당첨되는 복불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선종의 뿌리로써 부처님의 초대제자로 마하가섭을 지정하기 위해 설정한 장면도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나의 정법안장을 마하가섭에게 전하노라라고 말씀하셨다'는 대목은 마치 죽음을 앞두고, 한 제자에게만 비법을 전하는 중국 무협지의 한 페이지를 읽는 둣 합니다. 부처님 당시 다른 종교나 외도들의 집단 사이에는 '스승의 주먹'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는 평상시는 말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 침상에 누워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진실을 말해 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옳은 방법이 아님을 깨달은 부처님은 열반에 앞서 제자들에게 "나는 안팎의 구별 없이 모든 가르침을 설했다. 나의 가르침에는 제자들에게 숨기는 '스승의 주먹' 같은 것이 없다.(디가니까야 16)"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비구 승가를 거느린다거나, 비구 승가가 나의 지도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자신을 섬으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自歸依) 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 법을 섬으로 삼고(法燈明), 법을 귀의처로 삼아(法歸依) 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화선을 주종으로 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한 거대종단은 선의 기원에 대한 출생기록부에 염화미소의 신화를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마하가섭에게 정법안장을 전해준 근거로 허술하게 꾸며진 엉성한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전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본래면목'이라는 무자성(無自性)의 말을 줄곧 읊어대고 있습니다. 이 말은 '연기'와 '무상-괴로움-무아'에서 '공'에 이르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정확히 반대되는, 즉 브라만교의 가르침입니다. 권오민은 『인도철학과 불교』에서 "염화미소를 내걸고 자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자성의 공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한국의 선종불교 거대종단의 자가당착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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