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화>

 한편 가야국에서 궁궐에서 조회할 때 구간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강림하신 이래 아직 좋은 짝을 만나지 못하였사옵니다. 청컨대 신들의 집에 있는 처녀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아이를 골라 궁중으로 들여보내 배필을 삼도록 하시옵소서."
 "짐이 이곳에 내려온 것은 하늘의 명이고 짐을 도와 왕후가 되는 것 또한 하늘의 명이니 그대들은 염려치 말라."
 왕은 곧 유천간에게 명해 잽싼 배와 좋은 말을 끌고 망산도에 가서 기다리게 하였다. 또 신귀간에는 승점까지 가서 있게 하였다.
 그때 바다 저쪽 서남쪽에서 붉은 돛을 달고 붉은 깃발을 휘날리는 배가 오고 있었다.
 유천간 등이 횃불을 들자 사람들이 건너와 땅에 내렸다. 이를 보고 신귀간은 곧장 대궐로 달려가 보고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왕은 기뻐하며 9간 등을 보내 난꽃으로 꾸민 노와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그들을 맞아들이게 하였다. 9간 등이 곧장 대궐로 모시려하자 공주가 말했다.
 "나는 그대들을 평소 모르는데 어찌 경솔하게 따라가리오."
 유천간 등이 궁궐로 돌아가 공주의 말을 아뢰었다. 왕은 그렇다 생각하고 관리들을 데리고 대궐에서 서남쪽으로 가서 산기슭에 장막을 쳐 임시거처를 만들고 기다렸다. 왕후는 산 바깥쪽에 있는 별포나루에 배를 매어두고 육지에 올라 높은 언덕에서 쉬고 있었다. 거기서 입고 있던 비단바지를 벗어 산신령에 재물로 드렸다.
 한편 공주를 가까이서 모시고 따라온 신하 두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신보와 조광이었고 그들의 아내는 모정과 모량이었다. 또 종들까지 아울러 헤아리면 20명이나 되었다. 가지고 온 비단과 원단 옷, 필단, 금은, 주옥, 경구복, 노리개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공주는 왕이 있는 곳으로 차츰 가까이 갔다. 그러자 왕이 나와 맞아 함께 장막으로 들어갔으며 가까이 모시던 신하 이하 여러 사람들은 섬돌 아래에 나아가 왕을 뵙고 곧 물러갔다. 왕은 관리들에게 따라온 신하 부부를 불러오라 하고 명했다.
 "사람마다 방 하나씩 주어 편안히 쉬게 하고, 그 아래 종들에게는 대여섯 명씩 쉬게 하라. 난초로 만든 음료와 해초로 만든 술을 주고 무늬가 놓인 채색 자리에서 자게 하라."
 그리고 나서 왕이 왕후가 될 공주와 함께 침전에 들자 공주는 조용히 왕에게 말했다.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입니다. 성은 허이고 이름은 황옥이며 나이는 16세이옵니다. 본국에 있을 때인 올해 5월 부왕께서 황후와 함께 저를 돌아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비와 어미가 어젯밤 꿈에 하늘님을 함께 뵈었는데 가락국의 임금 수로는 하늘에서 내려 임금에 오르게 한 자이니 그야말로 신성한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게다가 새로 임금이 되어 아직 배필을 정하지 않았으니 모름지기 공주를 보내 그 배필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너는 바로 부모를 하직하고 그곳을 향해 가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곧 바다에 떠서 멀리 신선이 먹는 대추를 찾고 하늘로 가서 신선이 찾는 복숭아를 좇으며 반듯한 이마를 갖추고 이제야 감히 왕을 모시고 용안을 가까이하게 되었습니다."
 "짐은 나면서부터 자못 신성해서 공주가 멀리서 올 것을 먼저 알고 있었소. 그래서 신하들이 왕비를 들이자고 청했지만 함부로 따르지 않았소. 이제 현숙한 당신이 나에게 스스로 오시니 내게는 큰 행운이오."
 드디어 혼인을 하고 이틀 밤을 지내고 밝은 낮을 한차례 겪었다. 그러고는 타고 온 배를 돌려보냈는데 뱃사공이 15명이었다. 이들에게는 각기 양식으로 쌀 열석과 배 30필씩 주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8월 1일에 왕은 왕후와 한 수레를 타고 잉신 부부도 모두 수레를 나란히 타고 궁궐로 돌아왔다.
 외국의 갖가지 진귀한 물건을 모두 싣고 천천히 돌아오니 시간은 정오에 가까웠다. 또한 싣고 온 진귀한 물건들은 내고에 저장하여 왕후가 사청 사용하였다. 왕후는 생활하는 동안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체구가 큰 편이고 머리를 길게 길렀고 밝은 옷을 즐겨 입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밝은 마음과 서로 양보하는 여유 있고 아름다운 심성이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 친정에서 가져온 차나무 씨앗이 산기슭 밭이나 들에서 잘 자라고 꽃 피는 것이 보기 좋았다. 기후 좋고 경관이 좋은 이곳에 시집보내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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