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28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기대 이하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를 기회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민심을 집결해 정권 재창출의 리더십을 구하려 한 당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듯하다. 이념만 있을 뿐, 대안이 없다. 권위적일 뿐 아니라, 당 대표 후보들의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일부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받은 태극기만 나부끼는 게 한국당 전대의 현실이다. 

 애당초 태극기에 몸을 위탁한 한 후보의 태극기 기대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당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태극기의 나부낌이 당 대표 당락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그렇지 않았던 후보들까지 대놓고 태극기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전대 당원 투표가 24일 최종 마감됐다. 당원 투표 70%, 대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당원의 표심이 매우 중요하다. 전대를 앞두고 한국당 당원으로 일명 태극기 부대원들이 무더기로 입당했고 이들의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를 잘 알고 있는 후보들이 태극기를 무시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태극기의 표심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황교안 전 총리의 당 대표 선출은 몰라도 태극기를 등에 업은 김진태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극기의 표심을 잡으려니 합동 연설회에서 해묵은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 주장도 제기됐고, 케케묵은 5·18 유공자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으로 나가려 하는 자는 없고 타후보의 상처를 후벼파거나 태극기의 표심을 자극하려 하는 자만 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어떤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해도 대한민국 보수가 바라는 보수의 가치 찾기가 쉬워보이지 않는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인사들의 국가관에도 문제가 많다. 누구라고 지칭하려는 게 아니다. 3명 후보 모두가 그렇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지 상대 후보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시민이 듣기에 이런 발언은 이해가 어렵다. 정당의 최종 과제는 정권 창출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야당이라고 해서 정부 여당과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야당에 있어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는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한국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있어 견제라는 단어는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대한민국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을 견제해 달라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의 날을 세워 싸움만 일삼으라는 게 아니지 않는가.

 어떤 이의 의중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영남과 호남으로 나눠지고,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다. 지역으로 나눠지더니 이념으로 쪼개졌다. 좌우로 나눠지고 색깔로 구분된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하다. 한국당 전대에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저마다 '정부와 여당'을 무조건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지칭하는 걸 보면서 이들이 대한민국을 이리저리 갈라치기 하려는 기술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은 80%를 넘나들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고 한동안 힘들어 보이던 보수의 재집권도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한국당의 재건은 힘들다. 와신상담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한국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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