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협회장

산세가 우람하고 신령스런 가야산에는 여자 산신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정견모주였고 성스럽고 아름다운 자태였다. 정견모주가 나타나면 새들은 더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고 향기로운 미풍이 불어 나뭇가지와 잎들을 흔들었다. 흐르는 계곡물도 햇살을 받아 은빛과 무지갯빛을 내며 구르듯 흘러갔다.
정견모주는 백성들의 소망이 한결같이 살기 좋은 터전을 만들어 달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고 배려 깊은 모주는 그렇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산신 정견모주는 어느 날 가야산 상봉에서 제단을 차리고 목욕재계하여 하늘의 신 이비가의 짝이 되기를 기원하였다. 정견 모주의 기원은 하늘에 다달았고 그 뜻에 감응한 천신 이비가는 오색 구름을 타고 위풍당당히 가야산에 당도하였다.
산신과 천신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온누리엔 화사한 기운이 감돌았다. 산새와 짐승들 그리고 나무들도 일제히 환영과 경의의 예를 표하였다. 산신과 천신의 만남은 너무나 행복했다. 큰 바위 아래 동굴로 들어가 둘만의 속삭임과 뜨거운 사랑이 오고 갔다. 정견모주의 빼어난 몸매와 미모는 환상적이었다. 이비가와 정견모즈는 환희의 포옹과 애무를 마음껏 펼치는 것이었다. 동굴 밖으로까지 달콤하고 더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정견모주는 그 길로 임신을 하였다.
그 후 정견모주는 두 알을 낳아 아들 둘을 얻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주어 정견모주를 흐뭇하게 하였다. 큰아들은 이비가처럼 얼굴이 둥글고 불그레했는데 뇌질주일이고 자신을 닮은 갸름하고 뽀얀 아들은 뇌질청예였다. 그 후 형 뇌질주일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이시왕이 되고 둘째 아들 뇌질청예는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대가야 옛터 고령 지방에서는 이 전설이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정견모주에 관한 기록은 ≪동국여지승람≫권 29의 고령현에 인용된 최치원의 <석이정전>에 실려있다.
“가야 산신 정견모주가 천신 이비가에게 감응되어 대가야 왕 뇌질주일과 금관국왕 뇌질청예 두 사람을 낳았다. 뇌질주일은 이진아시왕의 다른 이름이고, 청예는 수로왕의 다른이름이다.

 

만어사 어산불영 이야기

옛 기록에 이런 기사가 있다.
만어산은 옛날의 자성산이다. 또는 아야사산이라고도 한다. 그 곁에 가라국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그가 곧 수로왕이다. 이때 그영도 안에 옥지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 연못 속에는 나쁜 독룡이 살고 있었다.
또 만어산에는 다섯 명의 나찰녀(사람을 잡아 먹는 악귀)가 있었는데 암컷 용으로 바뀌어 독룡과 왕래하며 사귀었다. 그런 까닭에 때때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이나 오곡이 익지 않아 백성들은 굶주리고 병에 시달리는 이가 많았다.
백성들은 왕에게 찾아가서 이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 달라고 하소연하였다. 신통력이 있는 수로왕은 주술로써 해결해 보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신비한 힘으로 석탈해의 도전도 물리친 경험이 있는 수로왕으로서는 의외였다. 하는 수 없이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더니 그제서야 나찰녀는 5계(살생,도적질,음행,거짓말,음주를 금함)를 받아 그 후로는 재해가 없게 되었다.
이때 동해의 만여 마리나 되는 물고기와 용들이 불법에 감동을 받아 만어산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는데, 그 돌들을 두드리면 맑은 금과 옥 소리를 내었다. 특히 서북쪽의 큰 바위는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된 것이라고 전하는데, 멀리서 보면 부처의 모습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그 모습이 사라진다.
백성들은 태평성가를 부르고 구경 가기를 좋아하여 농한기에는 만어산 바위에 올라가 바위를 두드려 보며 부처님께 소원을 빌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바위를 두들겨 쇠소리를 듣기도 한다.
만어사는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산(해발 670.4m) 8부 능선에 위치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46년(수로왕 5)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왕이 불공을 드리는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하며, 1180년(명종 10)에 중창되었고, 1879년에 중건되었다.
대웅전 미륵전 삼성각, 요사채, 객사가 있으며,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3층 석탑이 있다. 미륵전 밑에는 고기들이 변하여 돌이 되었다는 만어석이 첩첩이 깔려 있는데, 두드릴 때마다 맑은 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이라고도 한다.
시도기념물 제152호(1996. 3. 11 지정) 문화재 152호 · 153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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