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암 법해스님

지장암 법해스님

  한겨울 지리산 바위굴속의 수행은 정말 가혹할만큼 힘들어 그냥 생활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고행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동설한의 추위로 인해 온몸이 얼어붙어 체온이 떨어지면서 오싹한 한기가 들때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컷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복식호흡을 통한 기(氣)의 순환으로 몸을 안정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폐 기관지와 관계되는 질환은 육체적인 노동이 없어도 늘 에너지가 소모되고 체온이 떨어지기 쉬워서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해야하고 찬바람을 피해야 됩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극한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면서도 오로지 믿음과 인내심으로 더욱 더 강한 자신을 단련하고자 하였습니다.

 (必生卽死 必死卽生) 즉,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는 말처럼 저는 살고자 하는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죽음을 두려워 하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수용하고 뚜렷한 정신하나만 지켜나가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마음의 고요와 평화는 자연스럽게 유지되어 갔습니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기에 아무런 집착할 것이 없고 미래는 오지않아 미리 걱정할 것이 없고, 현재라는 것도 찰나에 지나가기에 집착할 것이 없으며, 오직 이순간 지금여기에서 몸과 마음이 항상 함께하며 성성적적하여 역력히 깨어있는 그 자리를 지켜나가면 우리의 삶은 엄청난 긍정적인 변화가 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간에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일으키며 죽끓 듯이 일어나는 번뇌 망상심으로 인해 늘 비워있는 자기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주인행세를 하듯이 내 몸의 주인은 응당 내 자신이 되어야 온전한 삶을 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도없이 천국과 지옥을 드나들며 괴롭다 즐겁다 슬프다 기쁘다를 반복하며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우리네들 삶입니다.
 
 보통 종교는 사후의 천국과 지옥을 많이 강조하면서 수단으로 내세우지만 과연 죽어서 천국을 갔다 온 사람이 있을까요! 결국 천국과 지옥이라는 것도 내 마음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면 그 자리가 천국이고 반대로 마음이 괴로워 죽지못해 산다면 그것이 지옥인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천국과 지옥 둘중 어디를 가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모두 천국이 좋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죽어 천국을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내 삶이 최고로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기에 반드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고 그 행복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물질적인 것을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은 언제든지 변하고 유한하여 영원한 것이 못되고 오히려 번뇌만 쌓이게 되지만 정신적인 것을 추구함으로써 오는 행복감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가 없고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고 마음이 비워질때 비로서 찾아오는 충만감입니다.

 그래서 바로 내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들을 알아차림하여 생각이 명료해지고 다스릴줄 아는 힘이 길러질러지면 환상과 현실을 철저히 분별함으로써 스스로의 인생을 호령하는 대장부(大丈夫)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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