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갑 가야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심리학박사

이유갑 가야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새벽의 어둠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던 새해 첫 날의 찬란하게 빛나던 해를 보면서 설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해 벽두에 각자의 마음속에 가졌던 소망과 다짐들이 기해년 올해에는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며칠 전에 누군가의 글에서 '내가 온전히 시간의 주인이 되는 주말을 보내고 싶다'는 표현을 보았다. 유튜브(U-tube)에서조차 내가 원하는 컨텐츠를 보려고 해도 몇 초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견디며 기다려야만 하는 시절이기에 이 말에서 여운이 느껴진다. 이렇듯 우리는 무엇이든 스스로의 뜻대로 하려는 자율적인 의지가 강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그러지 못하기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율성에 목말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의 심리학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일(work)'과 '놀이(play)'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경치 좋은 계곡에 있는 정자에서 술 마시면서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헬스클럽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경치 좋은 정자에 있는 사람들은 놀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반면에 헬스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원래 '놀이'는 외부적인 보상이나 벌과 상관없이 스스로가 좋아서 즐기면서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일'은 그 자체의 흥미로움이나 만족감보다는 이것을 하면 주어지는 보상이나 하지 않으면 받게 되는 벌 때문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겉으로는 계곡에서 즐겁게 노는 듯이 보이는 행동도 일(work)일 수 있는 것이고, 남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이는 운동도 스스로가 즐기면서 하고 있다면 놀이(play)가 되는 것이다.
 
 위에 든 예에서처럼 인간에게는 주어지는 보상과 관계없이 스스로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즐겁게 노력하려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동기심리학의 연구에서 많이 검증되었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드시(Edward Deci)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퍼즐을 맞추면 보상을 받은 집단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잘하지만,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성과가 크게 떨어지는데 비해서 처음부터 보상을 받지 않고 퍼즐을 풀었던 집단의 학생들은 시간을 더 들여가며 열심히 퍼즐을 맞춘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 이전에도 미국 위스콘신 대학 심리학과의 할로우(Harry Harlow) 교수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퍼즐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 바 있었다.       
  
 이 연구들에서 우리는 그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과 만족을 얻으려는 내재적 동기는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을 스스로 알아서 하려는 '자율성(Autonomy)'의 원천이라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내재적 동기와 반대되는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와 자율성과 대립되는 개념인 '타율성(heteronomy)'은 인간의 건강한 발달과 성취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모들이 상과 벌과 같은 손쉬운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들이 스스로 내재적 동기와 자율성을 키워가도록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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