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출가하게 된 동기는 생로병사의 네 가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태어나 살아가는 괴로움, 나이를 먹는 괴로움, 병드는 괴로움, 죽는 괴로움의 유전을 끊어보고자 함입니다. 실제로 삶과 죽음의 문제는 모든 종교나 철학이 생겨나는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이 죽음에 대하여 무겁게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죽음에 의해 자기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시황 조차도 그랬듯이 아무리 무한한 권력이나 부를 손에 넣은 인간이라도 언젠가는 죽게 되는 유한성에서 결코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유한성을 자각하고 죽음의 공포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영원성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동물적 본능인 삶의 방식을 초월한 '신(神)'이라는 존재를 탄생시켰습니다. 유일신의 탄생입니다. 그리하여 생과 사라는 문제를 근본과제로 삼고 죽음을 오로지 기피해야 할 범죄자와 같은 위치로 몰아세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죽음은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비쳐집니다. 그 결과 죽음을 새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으로 포장합니다. 그리고는 그 유일신이 우리의 죽음을 결정하고 우리에게 긍정적인 해답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불교에서는 무상을 가르치며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지만 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전에 삶의 존귀함을 먼저 가르칩니다. 삶에 감사하고, 그것을 소중히 아끼고 돌볼 것을 강조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성에 따라 살 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이치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큰스님들이 죽음을 앞두고 열반송으로 흔히 인용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상대열반(無上大涅槃) 원명상적조(圓明常寂照) 범우위지사(凡愚謂之死) 외도집위단(外道執爲斷)'입니다. 이를 설명하면 '크고 높음이 없는 대열반이여, 뚜렷이 밝아 항상 고요히 비추건만, 어리석은 범부들은 죽음이라 하고 외도들은 아주 끊어졌다고 하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열반은 죽음을 말하지 않고 모든 망상이 떨어져 광명을 찾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서양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우스는 생자필멸의 이치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죽음이란 영혼이 감옥인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어차피 죽음이란 전생이나 이승에서 저지른 죄 값 또는 업보이기 때문에 체념하는 달관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앞의 열반송에서 지적한 범부들과 외도들의 끊어졌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불교는 삶도 죽음도 모두 환희의 생명관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본성에 따라 살라는 것입니다. 뚜렷이 밝아 항상 고요히 비춰지는 '참 나'를 따라 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참 나'는 원래 모양이 없는 것임에도 인간의 제도와 도덕, 풍속으로 억지로 틀과 모양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그 틀이라는 망념에 사로잡힌 결과, 특정한 자아가 형성되고, 특정한 자아가 자라면서 아집과 편견이 굳어집니다. 이것이 탐심이고 집착이며, 여기에서 희로애락이 드러납니다. 그 희로애락은 거짓된 '참 나'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거짓된 모양에 울고 웃고 휘둘리고 안타까워합니다.

 원래 모양이 없는 물을 형상이 있노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물을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양이 됩니다. 물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두어 놓으면 모양을 띠고 썩게 되지만 놓아두면 자유롭게 흘러 본성을 발휘합니다. 흐르는 물은 생명을 잉태시킵니다.

 쿠시나가라에서 부처님은 춘다라는 대장장이로 부터 버섯요리 공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식중독으로 세상과 작별하게 됩니다. 복통으로 누워 임종을 맞이하는 부처님 앞에 춘다가 가책으로 괴로워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런 춘다에게 부처님은 따스하게 위로 하면서, "누구나 나만큼은 이 세상에서 오래 머물러야 된다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 태어난 것은 모두 다 사라진다. 무상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냐? 아무리 장수한다 해도 언젠가는 수명을 다하리라. 이 세상은 모두가 무상하니 유상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필요가 없느니라"라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생자필멸의 대 섭리 앞에서 무상을 무상으로 깨닫는 것이야 말로 영생의 희망을 보는 것입니다. 본성에 따라 살면 삶도 죽음도 모두 환희의 생명관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