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자 김해시의원

스위스 생갈렌 지역의 오래 된 성당 앞 도로를 건너려던 우리 일행은 걸음을 멈추었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흔히 볼 수 있는 유럽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멈추어 섰다. 차는 속도를 줄이더니 우리 일행이 막 건너려던 횡단 방향을 어림잡아 그 직전쯤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우리 중 몇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지나가라는 손짓 신호를 보냈는데 그 운전자는 우리더러 먼저 건너라는 손짓을 했다. 다시 손짓을 보냈으나 그녀는 미소와 함께 먼저 건너라는 눈짓을 보내는 것이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아름다운 양보의 현장이었다. 그렇게 주고받기를 서너 번 한 끝에 '그럼 내가 먼저'의 입장이 된 우리는 길을 건넜다. 우리 일행이 다 건널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려 주는 미소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유럽을 여행 할 때 간혹 접했던 일이지만 이번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도로를 횡단한 경우는 없었던 데다 효율적인 면에서 차가 먼저 지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운전자는 '보행자 우선'이라는 스위스 도로주행원칙을 엄격히 고수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 팔렌주 정치교육 센터를 방문한 우리는 행정 전문가와 역사. 문화관련 전문가로부터 민주시민교육을 비롯해서 이 기관이 구성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 현황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곳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알고 가꿔나가는 곳' 즉 '민주주의로 살자'는 목적' 실현을 위해 '다른 다수의 다른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목표달성을 지향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민주주의에 앞선 오랜 독일 역사가 있다. 역사 교육에서 어느 부분에 가장 중요도를 두느냐'는 나의 질문에 “과오에 대한 반성이 중요하므로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잘못, 그것을 알게 하고 반성하는 역사교육이 70%  이상이다”라는 박사의 대답을 들었다.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비교된 독일의 ’반성하는 태도‘에 대한 보도나 자료를 접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경험한 독일 교육 센터의 교육 과정과 그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듣고 독일이 얼마만한 선진국인지를 다시금 확인하였다.

 시의원 21명, 직원 5명 총 26명으로 구성된 우리 김해시 의회 국외연수단 일행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8일에 도착까지 총 6박 8일간 스위스와 독일 선진도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단은 총 6개 팀으로 구성, 분야를 구분하여 각 팀별 주제에 맞는 탐방. 탐색과 연구를 통해 그 결과를 의정활동에 적극 반영하고자 하는 목적을 세웠다.

 내가 속한 5팀 과제는 역사, 문화, 관광분야 연구이다. 기실 문화에 속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화는 인류가 구성해온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선진도시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김해시 관광정책 및 관광산업 발전을 모색하려는 목적성이 강하기에 부담감이 앞섰지만 연수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그것을 문화로 재인식하고 관광과 연결해야하는 과제 수행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스위스는 영주국, 혹은 공국의 의미로 볼 수 있는 칸톤(오늘날의 의미 자치주)이 고유의 자치를 오랫동안 실시해 왔으며 스위스 연방 이전에는 칸톤 끼리 분쟁도 잦았다고 한다. 스위스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로마로 통하는 유일한 육로에 속했다. 길을 빌리기보다 차지하기를 원한 서유럽, 동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유지해 온 나라이다. 그 당시 칸톤(영주국)들은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자기들 끼리 싸움을 중지하고 유연성 있는 연합을 형성해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오늘날 스위스 연방은 그런 역사적 바탕이 토대가 됐다고 볼 수 있겠다.

 가야국도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자치가 보장된 6가야 혹은 12가야 등으로 추정되는 연맹체, 즉 칸톤 연맹과 유사한 형태일 수가 있음을 포착하고 탐색해본다. 힘을 규합하여 외세에 대항하거나 그 연합된 힘으로 상대적 지배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부합된 결과 연맹이 형성된다는 점을 참조할 때 만약 가야가 신라에 합병되지 않고 유지됐다면 이곳 김해를 중심으로 가야권이 확산돼 스위스 같은 형태로 유전되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6.15 선언의 확고한 통일기조 위에 남북 평화무드는 부합된 산물일 듯, 칸톤과 연결해 보니 통일 길이 선명한 듯. 관광이란 주제에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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