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경남도의원

박준호 경남도의원

  선선한 가을이 언제 올까 했지만 여름이 지나고,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가을을 느끼게 하는 이 바람은 엄청나게 더웠던 지난 여름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주어 행복하기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늦은 밤 다가 온 조용해진 시간은 왠지 덤으로 느껴지는 편안함을 준다. 창문을 열고 치열했던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함을 즐길 무렵, 문득 조용해진 저녁이 평화롭다. 평소에는 잘 몰랐다가 좋아지면 좋아진 걸 알게 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매일 지나다니는 도로가 패어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기가 일쑤인데 수선이 되고 나면 좋아진 걸 알게 된다. 기찻길 옆은 기차가 지나가는 것이 익숙해지면 기차의 소음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지만 하루라도 조용해지면 소음으로부터 자유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이치다.
 
 소음으로의 자유는 생각보다 많은 기쁨을 준다. 아마도 매일매일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소음도 불편함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만큼 만성이 되어 버린 것인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자.

 간혹 전화통화에서 "뭐라고요"라고 되묻는 것도 이젠 익숙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소음으로 발생되는 이명과 난청은 쉽게 넘겨서는 안 될 높은 수준의 질병이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점점 잘 들리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작은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라고 느껴진다면 점점 병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의한 판단으로 김해공항을 동남권 신공항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일이다. 여객 수요 조사나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의 사전 타당성 용역조사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이 말을 하고 싶어서 펜을 든 것은 아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대로 김해시민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또 적법하지 않은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김해는 그야말로 소음 지옥이 될 것이고 매일매일 머리 위로 날아드는 비행기의 안전 을 오히려 김해시민이 걱정해야 할 것이다.
 
 또 높지도 않은 임호산 정상을 50m 이상 깎아 내야 한다면 비행기가 얼마나 낮게 우리에게 날아들 것인가를 상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라면 떨어질 집값 걱정은 차차순이라도 우리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최우선 되어야 할 일 아닌가.
 
 막연한 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피해지역에 포함되는 김해시민에게는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은 또 어떠한가 생각해보자. 중학생 아이의 말을 듣자면 항공기 소음은 지금도 충분히 시끄러워, 불편함이 넘친다고 한다. 창문을 열면 수업이 어려울 정도라고 하니, 아이들이 지금까지 참아 온 것도 마음이 아픈데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비행기 소음이 얼마나 들리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오늘보다 훨씬 더 많은 비행기가 더 가까이 날아든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자. 그리고 김해 시민의 안전도 생각해 보자.

 이제는 동남권에도 대형 여객기가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대형 관문공항이 필요하다. 영남권 사람들이 장거리 비행을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불편함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나 안전을 생각해도 바닷가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된다. 또 물류를 생각해보면 항만과 철도의 연결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생활환경에 관한 일은 우리의 뜻이 전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적법하고 타당한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 지역 일에 지역민의 관심과 동참이 간절히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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