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법구경 악행품 6장에는 '정상견화 기선미숙 지기선숙 필수기복(貞祥見禍 其善未熟 至其善熟 必受其福)'이라는 시구가 실려 있습니다. 이 뜻은 "그 선이 아직 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당한다. 그러나 그 선이 익게 될 때에는 반드시 그 복을 받을 것이다"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베푼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칭송받는 일입니다. 서방세계에는 이를 긍휼이라는 단어로, 그리고 불가에서는 보시라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결국 그 의도는 같은 것입니다. 법구경의 가르침과 같은 내용이 성경에도 담겨 있습니다.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야고보서 2:13)"
 
 부처님도 가르침을 통해 "먹을 것을 주는 자는 힘을 주는 것이오, 입을 것을 주는 자는 밝은 얼굴을 주는 것이다. 탈것을 주는 자는 안락을 주는 것이오, 등불을 주는 자는 눈을 주는 것이다. 거주할 곳을 주는 자는 모든 것을 주는 자요. 진리를 주는 자는 영생을 주는 자이다. 그러므로 간탐과 인색을 극복하여 보시를 행하면 그 공덕이 많은 사람이 뒷세상을 건너는 나루터가 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으로 상처가 난 가슴은 사랑을 베풀면 치료가 되고, 받지 못해 아픈 마음은 주면서 치료가 되고, 말로 얻은 상처는 친절한 말을 해 줌으로써 치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시란 크고 거창한 물건을 주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움직일 힘만 있으면 누구나 선을 행할 수 있습니다. 가령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다고 하더라도 눈빛 하나만으로도 선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것입니다. 1853년 일어난 크림전쟁에서 나이팅게일의 별명은 ‘등불의 천사’였습니다. 그녀가 한 일은 남들이 기피하는 중환자들도 마다하지 않고 밤마다 등불을 들고 환자들을 위로해주고 돌봐주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그런 나이팅게일에게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사람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친절한 말이나 돈으로 할 수 있다. 만일 돈도 없고 말도 할 수 없거든 눈물로라도 할 수 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훈장을 수여하였습니다.

 베푸는 삶은 우리 자신을 풍족하게 만들며 병든 자아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방편입니다. 우리는 "오늘 나는 어떤 일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긍휼을 베풀 것인가?"를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필요를 채워주었는가"를 되돌아보며 하루를 정리한다면 그 삶은 분명코 복덕과 지혜를 구족한 거룩한 부처로 살았던 하루였음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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