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김해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음력 7월이 되면 힘겨웠던 무더위가 청량한 바람에 밀려나고, 맑고 푸르른 하늘이 그 높이를 갸름하기 어려울 만큼 높아집니다. 특히 어두운 밤이 되면 영롱한 북두칠성은 밤하늘의 한 쪽으로 몰아 떠있고 비단결 같은 은하수는 금방 쏟아질 것 같이 아름다워집니다.

 그 동쪽에는 직녀성이 수줍은 듯 희미하게 비치고 있고 서쪽에는 견우성이 휘황하게 빛을 발하는데, 이는 마치 서로 마주보며 그리워하는 애틋함을 느끼게 합니다. 중국의 두목지의 칠석시에 “요계야색양여수 와착견우직녀성(瑤階夜色凉如水 臥着牽牛織女星)”, “옥 섬돌에 밤빛이 서늘하기 물 같은데 누워서 견우 직녀 두 별을 바라 보네”라고 밤풍경이 멋지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칠석 때가 되면 천장 부근에서 두 별이 마주함을 보게 되는데, 이는 마치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연인을 연상케 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별자리를 보고 중국의 ‘견우와 직녀’ 설화를 빌어서 쓴 우리 선조들의 감성은 실로 낭만적입니다. 중국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견우직녀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사랑놀이를 소개하는 4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하나는 물론 견우직녀 입니다. 두 번째는 ‘양축’으로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입니다. 남장하고 서당에 가서 공부하던 축영대가 양산백과 눈이 맞았다가 찢어져 죽은 뒤에야 나비가 되어 조우하게 된다는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이야기입니다. 세 번 째는 ‘백사전’입니다. 백사와 청사 즉 흰 뱀과 파란 뱀이 여자로 변해 남자를 후리다가 승려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얘기입니다.

 네 번 째는 1990년대 우리에게도 너무나 유행했던 ‘천녀유혼’입니다. 내용은 어떤 여자가 죽어서 수목장을 했는데, 팔자 사납게도 나무귀신에게 조종을 당해 남성들을 홀리는 귀신으로 살게 됩니다. 그러다 좋은 남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사랑 얘기입니다.

올 8월 17일은 어김없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칠월 칠석입니다. 은하수를 사이로 주말부부가 아닌 1년 해로부부로 만나는 것이 견우와 직녀입니다. 우리 일상이 그러하듯이 매일 보는 사람에겐 눈을 흘길 마음도 치성하고 그리움도 덜할 텐데, 일 년에 한번 볼 수 있다면 그리움과 만남의 감격에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라고 하는 감성을 내세워 낭만적인 이야기로 칠월칠석을 포장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칠석 무렵에는 비가 자주 오곤 하는데, 이를 칠석에 내리는 비, 즉 칠석우라고 합니다. 칠석 전에 내리는 비는 만났을 때의 기쁨의 눈물이고, 칠석 후에 내리는 비는 헤어질 때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 생각하면 무척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건 칠석 무렵에 기압골이 불안정해서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만들어진 일종의 사기일 뿐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견우직녀가 만날 때 까마귀와 까치에 의한 오작교가 등장을 합니다.

  까마귀는 한나라 때의 화상석이나 『회남자』를 보면, 태양을 상징하는 동물, 즉 삼족오로 등장합니다. 삼족오는 3개의 다리가 달려있는 까마귀로서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 속에 산다고 여겨졌던 전설의 새입니다. 이처럼 칠월칠석과 관련된 이야기를 짚어보면 실로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불교에서는 매년 음력 7월 7일이 되면 전국의 사찰을 중심으로 칠성(七星)의 주 존불이자 북극성을 뜻하는 치성광 부처님께 정성어린 재를 올립니다. 그리고 칠석을 맞아 각자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던 불자들은 7일 후에 다가오는 우란분절까지 계속 기도정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격이 따지면 칠성신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이지 불교적인 신앙은 아닙니다. 다만 불교가 우리 신앙까지 모두 흡수한 통불교 신앙을 표방하면서 절에도 산신각이나 칠성각이 생기게 되면서 포용한 것입니다. 칠월칠석날은 양과 음의 기운이 똑 같은 날이라고 합니다. 실제 칠석날 저녁 무렵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서산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음과 양의 기운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이 똑 같다는 의미입니다. 옛날 선조들은 이 모습을 병풍에 담아 임금님 용상 뒤에 세워두고,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광명정대하게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적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또한 해와 달과 같이 밤낮으로 항상 백성들을 보살피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은 국왕의 존재를 상징하는 궁중회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일월오악도”라고 하며 단지 임금님의 뒤 배경을 장식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광명정대한 칠석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오악은 조선시대의 팔도강산 중 나라를 수호하는 다섯 개의 산이라는 의미로 백두산이 북악, 묘향산이 서악, 삼각산이 중악, 지리산이 남악, 그리고 태백산이 동악으로 조선의 영토를 의미합니다. 해와 달은 불교에 있어서도 모든 것의 발로요 회향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기 2562년, 무술년에 올리는 칠석기도는 치성광 부처님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별로써 이루어진 북두칠성을 배치한 만다라를 내걸고 광명정대한 통치력으로 자손들이 대대손손 창성하게 해달라고 몸과 마음을 모두 모아 간절히 축원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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