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선배가 삶의 지혜 나눠주는 느낌의 책"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

 

  <다섯번째 도서>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


  류대영 지음 / 생각비행 / 344p / 1만 8천 원

 

 

 

 

 

 

 

 

 

추천 / 허경혜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일상과 그 너머에 대한 인문적 성찰’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저자는 다양한 소재를 통하여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담담히 써내려간다. 두께가 꽤 되는 책인데도 문장이 짧고 간결해서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펼쳐 보이는 깊은 사유의 세계로 독자를 빠져들게 한다. 곱씹어볼 문장이 참 많다. 또한 삶에 대해 겸허하고 성실한 저자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좋은 인생의 선배가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는 느낌이다. 읽을 수록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추천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면, 책이 세상에 나온 목적이 분명하게 쓰여 있는 책을 만났을 때다. 이 책이 그랬다.
 저자는 철학·신학·역사학 관련 학술 서적을 여러 권 펴낸 학자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런 글을 썼다. “내 자식들은 내가 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해서, 그 아이들은 내가 무슨 책을 썼는지 모른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무얼 공부하는 지도 잘 모른다. (중략)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자식들에게 읽힐 목적으로 글을 썼다. 아비가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인데, 무엇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단서라도 제공하고 싶었던 것이다. 삶과 죽음, 시간과 영원, 문학과 역사, 현상과 본질, 기억과 인식 등 평소 내 관심사들을. 일상 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썼다.” 책을 쓴 목적도, 책의 내용 소개도 확실하다. 이런 서문을 읽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다.
 자식들에게 읽히고 싶다고 쓴 이 책은, 허경혜 칠암도서관 사서가 추천이유에서도 밝혔지만 어려운 문장이 아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깊고 넓다. 학자인 저자가 현학적이고 학문적 용어가 아니라, 쉬운 단어를 가려 뽑아 쓴 마음도 느껴진다.
 예를 들면 책의 서두에 실린 ‘외할머니의 등’이 그렇다. 좋은 날, 좋은 시에 외손주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빌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은 세월이 지나도 저자의 마음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큰 인물이 날만큼 좋은 날 좋은 시에 태어났다고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저자는 태어난 시각이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태어난 시각이 아니라, 하늘에 빌고 빌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 큰 사랑으로 자랐기에 큰 부침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잔잔하게 들려주는 그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울림을 준다. 시각이 정하는 운명은 없지만, 사람의 사랑과 정성은 한 사람의 삶에 큰 힘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면 적잖이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슬며시 사유의 빌미를 들이민다. 그래서 한번 읽고 지나간 책장도 다시 들춰보고 싶게 한다. 지간과 행간 사이에 뭔가 더 숨겨둔 이야기는 없을까, 혹 미처 읽어내지 못한 보석같 은 글귀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학술 논문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고 한다. 그랬을 것이다. 글은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깨우친 인생의 지혜를 자식에게 전해 주려는 아버지의 문장은 얼마나 많은 고뇌를 거쳤을 것인가. 그 따뜻한 마음은 한 아버지가 자신의 자식에게만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세대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해지리라고 믿는다. 또한 부모 세대 독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삶의 결에는 많은 것이 새겨져 있고, 흐르고 있다.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삶과 죽음, 시간과 영원, 문학과 역사, 현상과 본질, 기억과 인식은 책 속에 문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있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독서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는 일이다.

박현주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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