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갑 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이유갑 지효청소년인성교육원 이사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을 가지고 있다. 원래 생물학에서 유전적으로 꼭 같은 형질이 물려지는 것을 의미하는 상동형(常同型)이 사회심리학에서는 선입견 때문에 굳어버린 개인의 믿음을 의미하는 고정관념이라는 용어로 쓰이게 되었다.
 
 지역이나 직업, 성별,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정 지역에 살거나 특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개인차나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결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한 개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우리가 머릿속에서 하는 생각 차원의 고정관념은 '편견(predijuce)'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편견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꼭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즉, 고정관념은 가지지만 편견이라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주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우리가 느끼는 편견이라는 감정은 차별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싫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면, 결국에는 그 사람을 거부하거나 미워하는 행동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역시 어떤 사람은 “감정은 가지지만 행동으로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 역시 인간으로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일뿐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이 개인의 판단이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재미난 연구들이 있다. 백인과 흑인들 간의 인종 차별과 편견이 심한 미국에서 이루러진 한 연구에서 백인이 흑인을 밀치는 장면을 본 백인들은 대부분 장난을 치고 있다고 판단한 반면에 흑인이 백인을 밀치는 장면을 볼 때는 흑인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놀랍다. 뉴욕의 지하철에서 백인 강도가 흑인 승객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아 달아난 강도 사건이 라디오를 통하여 보도되었다. 이 소식이 몇 사람에게 전해지는 과정에서 돈을 빼앗아 달아난 강도는 흑인으로, 돈을 빼앗긴 승객은 백인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일어났을까? 많은 사람들은 강도가 백인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백인들이 의도적으로 강도를 흑인으로 바꾸어서 전달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현상은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의 결과물이다. 뉴욕의 지하철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을 전해 들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인들은 ‘무지하고, 야만적이고, 게으르고, 폭력적이다’는 고정관념에 따른 정보처리를 하였기 때문에 돈을 뺏은 강도는 흑인이고, 돈을 빼앗긴 승객은 백인일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은 타인에 대한 올바른 지각과 내가 처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판단에 큰 방해 요인이 된다.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뭉뚱그려 판단하는 습관을 버리고, 누구이든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음을 전제로 그 사람의 개별적인 특성을 찾아내려고 깊이 생각하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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