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김해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김명희 김해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아프리카 사람도 한국이 더워서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니, 올해 여름 더위는 참으로 대단하다. 그런데도 남북문제 못지않게 뜨거운 일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최악의 폭염 속에서도 7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 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있었다. 이 집회는 여성들만 참석하였고, 모두 붉은색 옷을 입고 나섰다고 한다. '여성의 분노를 보여주자'는 의미라고 한다.
 
 주최 측은 "한국 여성과 남성은 법 앞에서 동등해야 하지만 불법촬영 문제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와 수사기관을 향해 불법촬영물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번 시위는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는데, "불법촬영으로 인해 더 이상 자살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타살이 있어선 안 된다. 우리들의 묵념은 불법촬영과 수사기관의 무시로 결국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이라고 밝혔다. 배우 장모씨의 사연이 불현 듯 머릿속을 스친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보통은 남자들의 악플로 가득할 수도 있건만, 이번만은 모두들 조용히 지켜 봐 주고 있는 듯하다. 미투 파동(?)이후로 여자들의 입장을 많이들 이해해 주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보스 포럼의 한국의 성 평등 지수(2014년)가 세계 111위니 117위니 하는 것은 사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엔개발계획(UNDP) 발표(2015년) 성불평등지수에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인 1위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188개국 대상으로 스위스(1위), 덴마크(2위), 네덜란드(3위), 스웨덴(4위), 아이슬란드(5위), 노르웨이(6위)이며, 한국(10위), 싱가폴(11위), 일본(21위) 순이다.

 이 순위로 보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북유럽 국가 수준에 근접했다. G20국가 중 독일 1위, 한국 2위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여성우대, 여성배려 정책을 적극 시행했다.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와 함께 '여성부'가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여성단체 현황을 보면 중앙부처 산하 138개, 시·도 지방자치단체 601개, 총 739개 단체가 정부 및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개별 성격을 가진 여성단체 수까지 모두 합치면 3천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전용 서비스 또한 매우 다양하다. 대략 꼽아도 여성전용주차장, 지하철 여성배려칸, 여성전용 암병원, 여성전용 흡연실,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여성전용기숙사형주택, 여성 안심 콜택시 호출 서비스가 포함된 여성전용 '여행' 스마트앱 보급, 최근들어 여성안심택배서비스 무인보관함을 서울시 전체 190곳에 설치했다. 짧은 기간내에 세계에서 가장 앞선 여성배려 서비스 시행으로 여성권을 강화한 셈이다.
 
 정부에서도 <여성발전 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어, 2015년 7월1일부터 시행되었고, 금년에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도 수립하였다.
 
 우리 김해시에서도 '여성정책과 예산모니터링 보고 및 토론회(2017년10월 26일)'를 경남여성단체연합 주관, 한국여성재단후원, (사)김해 여성의 전화 주최로 개최했었다.
  물론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여성들 보고 입 다물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대근육으로서의 정책은 세계가 놀랄만하고, 우리나라의 역사 이래 대단한 발전이지만, 소근육의 부분에 해당하는 하부 깊숙이에는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임금격차 문제, 재취업 장벽, 폭력에의 취약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절대 이럴리는 없지만 혹시, 남자 자녀를 많이 둔 부모는 이런 여성권을 보며 역차별 당하는 기분을 토로하며 개탄하고, 여자 자녀를 많이 둔 부모들은 환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다. 우리 자녀가 특히 나의 귀한 딸이 이런 불이익과 희생자가 된다면 참지 못할 일 아니겠는가? 여기에 무슨 페미니즘이 있고, 역차별이 있겠는가?

 물론 집단논리와 개인논리와의 차이는 있겠지만, '너의 자유와 권리는 딱 네가 투쟁한 만큼만 너에게 주어진다.'라는 논리와 '내가 존중한 만큼 존중 받으리라'라는 두 논리는 여전히 나에겐 고민스런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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