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김해 문화·예술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미투(me too)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인 이윤택 연출가가 젊은 여자 연기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곳 중 하나가 김해시 생림면 도요마을의 창작스튜디오로 알려지면서 김해가 전국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연극계 내 성범죄 논란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할 즈음, 김해의 한 지역 극단에서도 극단 대표의 미성년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다. 구정 연휴 기간 동안 SNS 상에 김해의 연극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 씨가 오랫동안 자신의 극단에서 연극을 배우던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성추행해왔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조 대표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경남 연극협회는 조 대표와 극단 번작이에 대한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조 대표는 자신과 당시 미성년이었던 여제자의 행동을 두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서면서 조 대표는 경찰에 소환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소환된 조 대표는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미투 운동과 관련, 구속 첫 사례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조 대표가 구속된 이후 이윤택 씨도 구속되면서 김해시와 김해문화계는 미투 운동을 바로 보는 시선에서 조금 비켜나기 시작했다. 김해가 미투 운동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을 즈음, 김해시립합창단 노현주 단무장의 갑질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해 예술계에 다시 파문이 일었다.

노 단무장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합창단원이 해촉되도록 종용한 것은 물론, 여성 단원들을 외모에 따라 등급을 나눠 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려온 단원들은 지난해 해촉된 단원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촉이 부당하다며 지방 노동위에 제소했지만 지방 노동위가 받아들이지 않아 중앙 노동위에 다시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단무장과 해촉된 단원들 사이에 깊어진 골은 아직까지 매워지지 않고 있다. 
  
 <김해일보>는 노 단무장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가감 없이 기사화했고 이 기사는 27일 현재까지 조회 수가 1만 6천 건이 넘었으며 댓글이 127개가 달리는 등 크게 확산됐다. 이번 일로 직무가 정지된 노 단무장은 이들이 자신을 음해한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시립 합창단 문제가 일단락되고 있을 즈음, 이번엔 윤정국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윤 사장이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10여 년 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개인 SNS 등을 통해 제기된 것이다. 윤 사장은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적극 소명하고 있는 중이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윤 사장 의혹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해의 한 문화계 인사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 "시끄러워야 문화지 없는 듯이 조용하면 그게 문화겠습니까"라는 말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오는 4월 27일 김해에는 제42회 가야문화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린다. 시끄럽고 떠들썩할 수밖에 없는 문화·예술계지만 지역 최대 축제를 계기로 조금만 더 화합하고 조금만 더 조용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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