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헤게모니(hegemony). 헤게모니는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이 용어는 정치적 지배라는 함의(含意)를 지니게 됐다.
 
 우리나라의 선거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대통령 선거가 있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그리고 지방정치인들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그것이다.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총선과 지방선거는 올림픽과 월드컵처럼 2년에 한 번 교차돼 실시된다. 올해는 지방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그 단체 의회의 주인공들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6월 13일 전국에서 동시에 선거가 실시된다.
 
 그런데 지난 2016년 총선으로 선출된 김해을 김경수 국회의원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번 지방선거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김해지역 대부분 선거는 김 의원을 빼고는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 정도다.

 우선 김해시장 선거에 거론되는 지역 인사들이 시장 선거와 함께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 김해시장 선거에서 허성곤 시장과 민주당에서 경선을 했던 공윤권 전 도의원이 지난주 자신의 SNS를 통해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장고를 했던 이유가 김경수 의원의 거취 때문이었다. 최근 그는 김 의원의 행보와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길을 선택했지만 앞으로 김 의원의 행보는 공 전 의원의 이번 지방선거 포지션에 어떻게든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호사가들은 송재욱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특보도 김 의원의 행보에 귀를 기울였던 인사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일 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송 특보가 등록했지만 김해을에 보궐선거 요인이 발생하면 예비후보직을 사퇴하고 방향을 틀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우선 자유한국당 김해을 당협위원장인 서종길 도의원은 지난 1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이번 지방선거에 도의원 재선을 준비하고 있지만 김해을에 보궐선거가 실시되면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김해을 보궐선거가 발생되면 홍태용 김해갑 위원장이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장유1·2동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하선영 바른미래당 도의원도 김 의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하 의원은 "김경수 의원의 이탈로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발생하면 출마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경수 의원의 행보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인은 김해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남지사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의 적수가 없는 만큼, 김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권민호 전 거제시장도 김 의원 캠프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기에 이들도 김 의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이 지사 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상대당인 자유한국당도 전략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선수들로는 김 의원과 체급을 맞출 수 없는 탓이다. 경남지사 재선에 김해을 국회의원 2회, 여기에 김 의원과 맞붙어 승리한 이력이 있는 김태호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부산의 언론들은 김영춘 의원과 김경수 의원을 묶어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맡고 있는 김영춘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장관직을 선거일 90일 전인 3월 14일 이전에 내려놓아야 한다. 이 때문에 김영춘 의원과 김경수 의원이 기사 소재로 엮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경수 의원은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다고 해도 공직자 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30일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된다. 김경수 의원에게는 두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민들은 물론,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 김경수 의원만 바라보고 있지만 김 의원은 아직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경남과 김해의 이번 6월 선거는 김경수 의원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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