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김환수

 

 

아파트 출입문과 건물의 층간 출입문은 왜 철문일까?
엘리베이터 앞과 넓은 매장에 철제 방화셔터는 왜, 무엇을 위해 달려있을까?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매일 마주치는 출입문과 방화셔터에 대해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방화문(防火門)과 방화셔터는 화재발생에 대비하여 설치한 것으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로 인한 불꽃과 열기, 연기가 건물의 다른 부분과 다른 층으로 확산해 가는 속도를 늦추고 막아서 인명을 보호하고 대피시간과 공간을 벌어주기 위해 설치한 최소한의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이다.
그러나 방화문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출입에 장애를 주는 문, 녹슬고 더럽고 보기 흉한 문, 무겁고 찌그러져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문, 희미한 불빛에 습기 차고 어두컴컴한 계단을 만드는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건물 내부의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불빛을 손님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건물주와 점포주에게 철제 방화문은 홍보와 영업의 방해꾼이 된 것은 아닐까? 설치되어 있는 철제 방화문을 제거하고 유리문으로 바꿔도 되는 지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 그러나 이 방화문이 생명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방화문 관리 실패의 대표적인 예가 2015년 1월 10일에 발생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아파트 화재이다. 이 화재는 필로티 구조로 건축된 도시형생활주택의 지상 1층 주차장에서 발화하여 방화문이 열린 채 있던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계단을 타고 연기와 열기가 확산하였고 주민들은 최후의 피난통로를 잃어버렸다. 이에 더해 화재는 건물 외부의 외단열시스템(일명 ‘드라이비트’)을 타고 건물 상층부로 급속히 번져나가 1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15년 6월2일 김해시에 소재한 아파트에서도 이와 유사한 화재가 발생하였다. 지하1층 전기분전반에서 발생한 화재의 연기가 열려있던 방화문 출입구를 타고 15층짜리 아파트 상층부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상층부 주민 상당수가 연기에 질식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위의 사례와는 반대로 방화셔터가 정상작동하여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줄인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2월 3일 연세세브란스병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 화재에서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난 3층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편의점과 음식점, 외래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진료소 등이 있어 평소에도 붐비는 곳이다.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는 3층부터 7층까지 빠르게 퍼졌고 중환자실이 있는 8층에서도 미세하게 연기가 관측됐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할 경우 참사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그러나 방화구획에 설치된 방화셔터가 정상작동해 연기와 열기의 확산을 막았고 스프링클러설비가 작동하여 인명피해 없이 조기에 화재를 진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중요한 방화문(방화셔터)를 언제까지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생각하면서 푸대접을 할 것인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처럼 중요한 방화문의 관리요령 몇 가지를 적어보자 한다.

1. 방화문은 평소에 닫힌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찌그러진 방화문, 완전히 닫히지 않는 방화문은 수리하여 완전히 닫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방화문을 닫힌 상태로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방화문을 폐쇄하거나 잠긴상태로 유지해서는 안된다. 화재 시에는 가장 안전한 대피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2. 대피할 때는 반드시 방화문을 닫아두고 대피하여야 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국민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웃주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할 사항이다. 화재 시 아파트 거주자가 세대 출입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대피를 하여 옆집과 윗 층에 사는 주민들이 화재피해를 입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본인의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하여 대피를 해야 한다면 대피 후에는 반드시 세대의 출입문이 닫힌 상태가 되어야 상층부 또는 아파트의 다른 부분으로 연소 확대를 막을 수 있다.

3. 여름철 습기제거와 환기, 사용의 편의를 위해 방화문에 말발굽을 설치하는 행위, 벽돌이나 소화기, 쓰레기통, 밀대걸레로 괴어놓는 행위, 도어클로저를 떼어놓거나 나사를 풀어놓는 행위는 금지하는 행위임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한다. 또한,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통로에는 방화셔터가 완전히 내려올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물건을 적치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4. 만약 평소에 방화문을 개방된 상태로 열어둘 필요가 있는 대상물이라면 화재감지기나 화재수신기와 연동하여 화재 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의 자동폐쇄장치를 갖춘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의 방화문 중 열에 의해 녹는 퓨즈타입 구조의 방화문을 설치할 때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온도가 올라 퓨즈가 녹을 때 쯤 연기는 이미 건물의 상층부나 다른 부분으로 확산된 상태에 이르러 연기확산을 방지하기에는 때 늦기 때문이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에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없으므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미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방화문은 생명의 문이다. 내가 생활하는 건물에서 화재가 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후에는 후회해도 늦는다. 현실생활에서 방화문을 열고 닫는 조그마한 불편을 감수하고 안전을 위해 서로가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화재로부터 안전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이 주는 교훈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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