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석 ◈경영학 박사◈

문재인 대통령 임기의 변곡점을 지나면서 대통령 참모들의 불편한 행동 유형들이 우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참모다운 참모가 보이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은 또 다른 걱정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단연 돋보이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지켜보면서 ‘참모의 Yes는 먹기 좋은 독약’이라는 루즈벨트의 일등 공신 루이하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시킨 인물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라, 그 루즈벨트를 우뚝 서게 만든 인물이 바로 루이하우다. 루즈벨트는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으로서, 오늘날 미국 행정부의 기능과 역할은 그의 통치방식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국내적으로는 1930년대의 대공황을 타개하였고, 대외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연합국을 지도함으로써 전후 미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소아마비에 걸려 정치생명이 끝날 뻔 했던 시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미국을 이끌었던 루즈벨트도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더욱 대단한 사람은 루즈벨트를 최고의 통치자로 만든 루이하우였다. 

그는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백악관의 링컨룸에 기거하며,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내면 루이하우는 그것을 분석하여 있을 법한 모든 문제점을 샅샅이 찾아 충언하는 비판자의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제안은 루이하우의 모든 비판을 충분히 방어하고 나서야 OK 사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루이하우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자 국정운영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루이하우의 과도한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비난하던 행정 관료나 민주당 간부들조차도 국정의 혼란이 조성되자 그를 그리워했다. 2인자의 위대함은 균형을 잡아주는 데 있다는 큰 교훈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루이하우의 ‘No’가 대통령의 곁을 떠나자 루즈벨트는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했고, 그 결과 국정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참모는 자리보다는 역할이나 관계를 중요시 한다. 또한 보스가 가고자 하는 길의 동반자이자 파트너가 바로 참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참모는 보스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공평을 위해 넓게 살펴야 하며, 공정을 위해 한 번 더 검토를 해야 한다. 

가방이나 들고 다니고, 시킨 일이나 충실히 하는 사람, 즉 예스맨에게는 결코 참모란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다.


   참모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경세가 혹은 전략가이다. 

경세가는 세상과 시대를 경영하는 사람이다. 전략가는 전체 흐름을 조절하거나 운영하는 사람이다.

 경세가의 전형인 정도전은 조선 500년 동안 지속된 국가운영시스템을 마련했다.

 전략가였던 장량은 수많은 전투에서 패했지만 마지막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세가와 전략가는 지조를 중시한다.

 보스에게 휘둘리거나, 세태에 휩쓸리지 않고 보스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No”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참모의 둘째 유형은 책사이다.

 책사는 일을 도모하기 위한 책략을 짜내는 사람이다. 한명회가 대표적이다.

 유능한 책사는 간교나 권모술수에만 능해선 안 된다. 아닌 것을 고집해서도 안 되고, 틀린 것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셋째는 모사꾼이다. 모사는 짧은 순간에 유용한 간계나 네거티브 등 술수를 꾸미는 사람이다. 이간, 음해, 왜곡, 사기, 거짓말에 능하다. 멀리 보지 못하고 잔꾀에 밝다. 권력에 집착하고 자리를 탐한다.

 옳고 그름보다는 유불리만 따진다. 아첨과 변설에도 능하다. 

따라서 모사꾼은 참모 중에서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하류다. 삼국지에서 가후는 그 빼어난 재주에도 불구하고 모사에 따라 수시로 보스를 바꾸었다.


   유능한 참모는 보스를 설득해 바른 결정을 하게 돕는다. 

그러나 보스를 추종하지 않는다.

 지금 재조명하는 루이하우는 루즈벨트의 가신이자 참모였으나, 언제나 “노(no)”로 대통령을 자극했다. 

그리고 항상 탁월한 선택을 이끌어 내었다.

 이처럼 보스와 참모가 관계를 맺는 양상은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중간과정이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참모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가치관을 견지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스와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참모들이 보스에게 행한 역할에서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비판적 조언, “No”란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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