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우

 농부시인

초보 서각가

 

 

 

 

 

 

 

 

 

 

 

태초에 송글송글 하이얀
물방울로 태어났을지도

푸른 바다의 모정에서
쪽빛 향내마저 닮은
옥이야 금이야 귀히 태어났을지도

돌아오지 않을 부정을 기다리며
 해안가 저편 밀물의 길목에서
세월을 바람에 맡겼을까

무심한 낮 빛에 깎이어 드니
     밤이면 별님과 슬픈 노래를 불렀을까

        까아맣게 타버린 그리움은
       수평선 너머 세상 끝 아비의 나라로
         뱃고동 소리에 실려만 가네.

 

 

◐시 감평/시인 박 선해◑

섬을 두르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갯바위, 세찬 파도를 맞아 가면서 받아들이고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갯바위의 존재를 알리는 건 파도이다.
우리 삶의 중턱같은 생명이다. 바다, 어느 부정이 생사를 가르며 삶의 경계를 헤쳐나던 곳은 가슴시린 그리움만 남긴 채 뱃고동만 울린다. 파도는 하얗다.
시퍼런 멍은 갯바위의 한이다. 세찰수록 하얗게 부서지는 건 어깨에 짊어진 그 고통을 넘어선 피조물들의 살풀이다. 어느 고요할 즈음이면 무채색이 된 한은 하늘끝으로 찢어져 스며 오르고 없다. 반복되는 일상의 상상들이 태양이 내리쬐는 바다에 침식 된다. 우리는 바닷가 한켠에 앉아 가슴속 빈자리에 잦아드는 소금기를 마신다. 부유한 배를 잡고 달의 시선따라 꿈을 키우는 집으로 간다. 기다리던 꿈을 베고 내일을 잠재운다. 그 꿈은 한 그루 나무로 바닷가 기슭을 차지하고 머나먼 아비의 항해를 나선다. 보이지 않고 돌아오지 않을 생애가 수평선에 여전히 머무른다. 바다가 섬을 떠나지 못한다.
파도가 할키고 후려쳐서 갯바위를 지켜야 한다. 거기 탈색되어도 놓지
못하는 생애가 있다. 그 바닷가 나무가 마음을 묶는다. 인적은 바닷가
작은 어부의 노래이다. 뱃고동은 어김없이 새벽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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