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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하명호
하명호(시인,수필가)

 

◈ 약 력

-김해문인협회 회원

 

 

편식이 아주 심한 소년은  어릴 때부터 김치도 잘 먹지를 않고 그렇다고 이것저것 부모님이 주는 반찬도 젓가락으로 골라 먹다가 어떤 때는 반찬 투정하다가는 때를 넘겨 끼니를 굶는 경우도 생기곤 했었다. 그래도 식구가 많은 집이라 크게 누구 하나 그에게 관심을 두질 않고 있었다. 무척이나 까다로운 식성으로 자식들 중에서도 거기다가 안 좋은 유행병은 약골이 안고 살아 말 그대로 가족들 사이에서는 골칫덩이 애물단지로 남아있어 그래 소년 시절 그놈의 감기는 몸에 달고 다니고 눈꼽에다 무명베 윗도리 소매는 항상 콧물 기름으로 반들거리곤 했다.

거기에다 콧구멍은 고무 패킹에 실 금이라도 갔는 지 시원찮아 시도 때도 없이 질질 새는데 갤갤 거리며 맑은 콧물은 코 아래 자그마니 인중을 타고 쪼르르 흘러내리면 누가 볼세라 얼른 짧은 혀 쏙 내밀어 입안으로 다시 밀어 넣어두어 짭짤하니 소금 간이라도  맞아서 그런지 수시로 애용을 하는데 주위나 식구들에게서 보면 매우 비위생적으로 비쳐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거기다가 이따금 남들 몰래 쪼르르 흐르는 콧물을 애용해서 다시 마시다가 나이 많은 형들한테 들키어 볼썽 사납다고 무척이나 두들겨 맞았었다.

그래도 많은 가족 중에서도 집이라고그것도 아주 오래 전에 오십 리 길 먼 동리로 시집을 간 왕고모만큼은 예외이니 내 목소리도 쉰 목소리에 약골에다 골골거리는 어린 조카가 안쓰러운지 어머니나 식구들 몰래 당시에는 야산에 지천으로 널리어져 산도라지 구해다가 꿀에 절여두어 조그만 토기 항아리에 넣어 친정이라도 올라치면 속바지에서 행여 조심스레 꺼내어 다른 식구들 볼라 미리 동네 어귀에 있는 우리 집 소유 소나무 땔감 더미에 숨겨두고는 그랬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당시는 왠지 자주 친정을 다녀가는지는 한참의 세월이 지난 철이 든 이후에서야 알았었다.

할아버지 좋아하신다고 제사상에 오르는 도라지는 손수 장만해오시니 농사를 짓는 우리 질부 일손 덜어준다고 하여 한 소쿠리 정성 들어 미리 다듬어 머리에 이고서 오시곤 했다.
제사상에 누렇게 그득하니 올리어져 모락 김이 솓아 오르는 삶은 도라지 반찬이 그렇게도 맛이 있어 제사상 물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남은 도라지는 가늘게 찟어다가 들기름 조물락 보태 넣어 냄새 새어나갈까 봐 햇고추장에라도 담가내어 사각거리며 입 안에서 풍기는 진한 도라지 향을 그리고 있을 랑 치면 밑반찬이 되어 나오기가 무섭게 식구들 도라지 쟁탈전에 돌입하여 젓가락 들어대어 이내 빈 접시가 되어 버린다. 나이가 든 식구들 차례로서 난 그저 쳐다만 보는 것으로 항상 그랬듯이 내 손에 젓가락은 허공을 맴도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항상 그랬듯이 친정집에서 볼 일 보시고 돌아가는 왕고모 손을 잡고 난 그래도 사내대장부라고 작년 겨울에 아버지에 졸라서 만들어 달라고 해서 잘 건조가 되어 질기고 여물어진 물푸레나무 꺾어 만든 작대기를 집고서는 저만치서 항상 고모님 앞장을 서 가곤 했었다.
돌아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는 울 고모님 쓰윽 한번 주위를 돌라보고는 납작하니 대나무로 만든 숟갈을 건네주며 "어여 한술 떠먹어 너가 유달리 감기 달고 다녀 안스러서 그려 새끼야!
이 고모가 다른 얘들 안 주고 식구들 몰래 여기다 두고 가니 다른 사람들에 얘기말고 너 혼자 먹으면 감기 뚝 떨어 진단다 알았지!" 난 알았다고 고개 끄떡이며 한 숟갈 자그만 목으로 밀어 넣는데 목구멍 저 쪽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는데 고모는 그저 웃으며 쳐다만 보고 서 있다. "녀석아! 거기에 토종꿀에 약도라지 넣었으니 아무 말 말고 열심히 먹도록 해라!"
예! 고모하고는 잠시 달콤하니 왕눈깔 사탕보다 진한 달콤한 맛이 한 동안 입안에 그대로 멈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굽이진 산골짜기 낭떠러지 외길 돌아가며 혹시 모를 산 짐승들 나타나면 패 줄려고 동네 어귀까지 고모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곳까지 바래다 드리곤 했었다. 세월이 지난 올 여름에 유행병은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데 강산은 옷 갈아 입어 바뀌어도 자연은 옛날 그대로이니 참매미 소리 소쩍새들 합창 소리되어 들려온다.

나이도 잊어버린 송림들 숲을 지나간다.
장맛비는 바쁜 숨 고르고 쉬어 가는가 보다.
빨주노초파남보
비 그친 노송들 사이 틈새 비집어 무지갯빛 비쳐온다.

오늘 그리고 내일
아주 오랜 이 전에 고모님이 식구들 몰래 챙겨 먹여준 토종 꿀에 재어 먹도록 하여 주신 산 도라지 약효 발 받았는 지 성인이 훌쩍 지나가서 육순이 넘은 이태까지 감기 한 번 제데로 없었고요. 어릴 적 오줌발 약해서 맨날 무릎팍 바지가랑이에 질질 흘리어 오줌 싸댄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었는데?
고모! 지금은요  저 안 식구한테
민망스런 구박 자주 듣습니다
화장실 소변기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볼일 보라고 하네요.
또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는데 모든 건 고모님이 이 조카에 물려주신 소중한 자연식
건강으로 받아들이고요!
나이 들어 죽을 때 까지 잘 간직해 있을 께요!

오랜 만에 고향 집 다녀왔습니다. 흰색, 보랏빛, 노랑색 각기 달라 훌쩍하니 키가 커버려 훌쩍 자라난 도라지 밭을 돌아 봅니다. 내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수확을 하겠네요.
요즘같이 심하게 연례행사로 찾아오는 공해에다 코로나 전염병도 물러가도록 차도 끓여먹고 달여도 먹고 무쳐도 먹고 뽁아도 먹어 거기다가 살짝 데쳐내어 삶아내면 아삭하니 향기 그윽한게  어디 도라지 만한 건 있나요!

오늘도 산 비탈길 돌아오는 체전밭에 어우러져 고고하니 피어있는 도라지는 언제까지나 우리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렵니다. 집에서 돌아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는 울 고모님 쓱 한번 주위를 돌라보고는 납작하니 대나무로 만든 숟갈을 건네주며
"얼른 한술 떠먹어 너 감기 달고 다녀 안아서 러시아에서 그려 세끼야!
이 고모가 다른 얘들 안 주고 식구들 몰래 여기다 두고 가니 다른 사람들에 얘기 말고 너 혼자 먹으면 감기 뚝 털어진단다 알았지!" 난 알았다고 고개 끄떡이며 한 숟갈 자그만 목으로 밀어 넣는데 목구멍 저쪽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잠시 달콤하니 왕 눈깔 사탕보다 진한 달콤한 맛이 한동안 입안에 그대로 멈추어져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짐승들 나타나면 패주려고 동네 먼어귀 까지 고모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곳까지 바래다 드리곤 했었다.

세월이 지난 올여름에 유행병은 온 지구를 뒤덮고 있는데 자연은 옛날
그대로이니 참매미 소리 소쩍새들 합창 소리되어 들려 온다.

나이도 잊어버린 송림들 숲을 지나간다.
장맛비는 바쁜 숨 고르고 쉬어 가는가 보다.

빨주노초파남보
비 그친 노송들 사이 틈새 비집어 무지갯빛 비쳐온다.

오늘 그리고 내일, 아주 오랜 이 전에 고모님이 식구들 몰래 챙겨 먹여준 토종꿀에 재어 먹도록 하여 주신 산도라지 약효 발 받았는지 성인이 훌쩍 지나가서 육순이 넘은 여태까지 감기 한 번 제대로 없었고요. 어릴 적 오줌발 약해서 맨날 무르팍 바짓가랑이에 질질 흘리어 오줌 싸댄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었는데? 고모! 지금은 요 안 식구한테
민망스러운 구박 자주 듣습니다. 화장실 소변기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볼일 보라고 하네요.
또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는데 모든 건 고모님이 이 조카에 물려주신 소중한 자연식 건강으로 받아들이고요 죽을 때까지 잘 간직해 있을게요! 흰색, 보랏빛, 노랑 각기 달라 훌쩍하니 키가 커버려 자라난 도라지밭을 돌아들어 내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수확해서는 요즘같이 심하게 오는 공해에 도라지 말한 건 없네요!

오늘도 산 비탈길 돌아오는 체전 밭에 어우러져 고고하니 피어있는 도라지는 언제까지나 우리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렵니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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