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동

박이동 시인.

 

◆약 력◆
신정문학 시부문 신인상
봉황동 봉리단길 중화요리 공원반점 대표

 

 

늘 엄격한 아버지는
줄줄이 형제들을 달달 볶는다
심한 날은 회초리에 살점 떨어지며
땅바닥 여기저기에 뒹군다
공포에 떨고 있는 나를 본 어머니는
따뜻한 물에 푹 불려서 씻겨주고
아픈 곳을 여기저기 꼭꼭 밟아준다
그 행복은 잠시뿐, 아버지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 벗기더니
새끼줄로 꽁꽁 묶어 공중에 매단다
벽에 박힌 못 하나에 생명줄 걸고
무게가 아래로 쏠리며 검은 피가 번진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 차리면 산다'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에서 멀어질 즘
따뜻한 아랫목에 목숨을 간신히 눕힌다
꿈인가?
눈시울 떨리며 흐릿하게 너울지는 모습
아버지의 얼굴
땀인지 눈물인지 송골송골 웃고 있다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강하게 키웠다
아버지의 뜻대로 누구든 나를 자주 부른다
다시 태어난 자랑스러운 그 이름.


◐시 평/시인 박선해◑

메주로 완성 되기 이전의 '콩은 아버지'다. 콩은 농부가 소나 굉이등 농기구를
사용하여 밭고랑 갈고 콩을 뿌리거나 심는다. 아낙이 함께 하며 호미로 풀도
메고 좋은 콩 생산을 위하여 땀도 흘린다. 아비와 어미의 공동 농작 타작하여
생산하는 생애 생명 유지 곡식이다. 農夫의 부가 아비부이다. 그러므로 콩은
아버지로 대명사화 하였다. 시인은  콩의 타작과 메주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부성에 비유하며 그 과정을 우리 자식을 키우는 훈육과 연결하여 썼다.
묘사와 표현이 아주 적절한 빼어난 작품이다. 따뜻한 물의 온정을 이야기했고
여기저기 안마로 성장을 북돋우며 물에 불여 군더드기를 벗겨주고 더욱
정갈하게 다듬어 준다. 이 얼마나 애지중지인가는 더 많이 밟히고 밟혀야
제대로 형성 되어짐을 다져 나타내었다. 삶에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장
아끼는 자식을 만들기 위하여 헌신에 헌신의 과정이 피눈물 나고 땀 어린다.
시인은 '다시 태어난 자랑스런 그 이름'이라 했다. 메주가 메주가 아닌
위대한 자연 식품으로 생애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가정 사회 어디든
누구나 찾는 '메주'이다. 메주는 아버지의 사랑이자 어머니의 온정이다.
가장 귀하고 건사하게 완성된 메주, 바로 누구나 '나' 다. 어느 허름한
시골이든 아주 화려한 어느 저택이든 메주는 귀품이다. 오늘 고품격
메주의 탄생에 관한 진실 이야기 하나 건진다. 우리가 대우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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