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주 시인

오현주 시인.

◆약 력◆

월간 문학공간 시부문 등단

시와글벗문학회 동인

전남방송 칼럼 연재 중

전남방송 서울취재본부장(사회부 기자)

 

밤늦도록 술병을 비워내고도

몇 방울 윗 입술로 옮겨가 물집을 지었다.

저 집안 수십 개나 방울방울 불어났다.

뜨겁게 끈적이는 액체괴물 가족

백내장 낀 눈구멍만 커지는

집주소가 잠시 있을 뿐

철거를 끝내면 당장 지워지고 말테지

그러나 투명한 물방울 같은 사람이

가슴 한복판 집을 짓고

허물어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흉터를 알고 있다.

안으로 고였다가 울컥 새어나오는 아픔

아픔을 떠올리다 그 부력을 타고

심장보다 높이 풍선 같은 집 짓는 밤

짓무른 잠의 체액을 채웠다.

터트리면 흘러 늑골마저 녹아내릴 것처럼

말캉하게 팽창한 홍시 익어가는 가을

며칠 동안 까치밥 하나 바치지 않고

물집은 아물었으나

부표하는 계절 내내

거품처럼 일어서는 것들을 바삭 말려야 한다.

 

◐시 평/시인 박선해◑

또렷한 상처도 언젠가는 한 물 가는 물. 의. 집, 물집.작은 햇살이 네 알몸을 핥고 지나 잠시 감각적인 일상에 고독은 흥분을 얹는다. 부풀거나 옹그라 들거나 아물거나 상상에 의해 그려 볼 밖에 없을 비춰 물든 가슴팍이 옴팡하다. 주소없이 떠돌던 날을 방황으로 흉은 주저하고 안착하는 터를 잡았다.무참하게 쓰러질 신전이던가 ' 거품처럼 일어서는 것들을 바싹 말려야 한다.' 시인은 간헐적인 세상 삶의 옹이같은 패턴에 친숙한 처방을 내린다. '어차피 잠시 머무르는 생이었잖은가' 더는 다시 그 곳에 상처는 돋아 나지 말아야 할것이다. 그리하여 아! 그리워라 상처야. 그 그리운 상처는 삶을 다시 춤추게 하리라. 꽃은 어둠의 잔치에 잠시 휩쓸렸다. 세상 모든 삶은 풍문(風問)으로 들어 정문(情問)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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