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구비 시인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제9회 강원경제신문 누리달 공모 대상 수상

저서 시집: 자연의 들러리로 살고 싶다 외 다수

 

 

파랗게 아버지 키를 넘긴 들판에서

고달픈 농부의 딸 이었음을 돌아 본다

 

갈기마다 곧추세운 아버지의 고독이

줄기세포로 자란 저 들녁이 시리다

 

이슬로 시를 써보는 딸의 한량스러움과

새벽 논 물 대시며 잠을 설친 아버지와

같은 시간에 동떨어진 삶이 시작된다

 

파란 소용돌이 지나간 시간이 오고

먹먹하도록 저며 드는 초록 잎새는

분명 내 아버지다

 

따라 갈까요 하면 학생은 공부 잘하면

그게 네 일이다 너는 논에 나올 생각 마라

논 일은 아버지 일이다 하셨다.

 

【시 평/시인 박선해】

들판은 시인에게 부성이다. 애중지 나서는 세상 풍경은 향수의 반사이고 

사랑은 설정의 대상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시를 찾는 객관적인

감정들을 묶어 주관적인 감성으로 이끌어 내는 특별한 기백이 돋보인다. 

햇살이 앵글에 들어 온다면 아마 그 햇살을 흠뻑 마음에 적시고 자연을 

파헤치지 않으며 그대로의 들러리로 살아 갈 자세는 변치 않을 것임을 

읽는다. 강물이라도 마주친다면 순식간에 찰방찰방 물질하는 여자로 

변신하여 꽃잎 띄운 생각을 모조리 가슴에 담고 말것이다. 꽃들이 

사방으로 피는 봄, 평소 팔색조의 성향을 가진 시심이 어느 대중의

기쁨하나 있어 준다면 더없이 행복해 할 시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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