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부소방서 박경진 소방위

박경진

이학박사

김해동부소방서 소방위

 

 

 

2020년 04월 29일 오후 1시 30분경 경기도 이천시의 지상 4층 지하 2층의 물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화재는 오후 6시 42분 현장 인력 295명과 장비 113대가 투입된 끝에 완전히 진화되었다.

 이번 참사로 현장에서 건축물 내부 단열을 위해 우레탄 작업 및 화물용 승강기 등의 작업을 하던 인부 38명이 사망하였으며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화재 원인은 관계기관에서 합동으로 진행 중이며 인재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년 전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220여 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최근의 군포 물류센터 화재등 공사중인 대형 건축물 화재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성이 있다.“화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어느 표어의 문구처럼 안전 부주의는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사소한 무관심이 나와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비가역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정치학자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에 만든 개념으로 유리창이 깨어진 자동차를 거리에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인식되어 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산업 재해의 발생 이론을 현상학적으로 체계화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과 유사한 개념이다.

실례로 1994년 이전의 뉴욕은 높은 범죄율로 인해서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기업체는 타 도시로 이전하였다. 이러한 즈음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루돌프 줄리아니(Rudolf Giuliani)는 취임 즉시 범죄율의 감소를 위해 지하철 내부의 낙서를 모두 지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무임승차 행위 등을 철저하게 단속하였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들은 미국 내에서도 악명 높은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던 뉴욕을 3년 후 전국 최저 수준의 범죄 없는 도시로 변모케 하였다.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처음 발표된 깨어진 유리창의 이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많은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은 부분에서 깨어진 유리창에 노출되어 있다. 

무심코 던져버린 담배꽁초, 용접 불티의 비산, 고장 난 소방시설의 방치 등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경주 마리나리조트 붕괴 등의 대형 재난들은 일상에서의 무심코 방치되어 깨어진 재난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급속한 경제 발전은 일상에서의 물질적 윤택함과 풍족한 문화생활을 영위케 해 주었다. 그러나 재난에 관한 의식과 의식은 삶의 외형적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상의 풍요로움 만큼 생활 주변의 깨어진 유리창을 잘 수선하여 사소한 실수 하나가 차마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재해 사고로 귀결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지금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주위에 어수선하게 방치되어 정돈되지 않은 사소한 일들은 없는지 한번더 되돌아보는(Double-Check) 일상에서의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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