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시인

김단 시인

시인.수필가.배우.기자

법무부 사회성향상위원회 교화위원(전)

책 읽는 울산광역시 북구 추진위원회 위원

 

 

 

저 멀리

희미한 달빛이

축 처진 어깨를 부여 잡고

사립문 안까지 걸어 오고 있다

 

두어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선

안도의 한숨이 방바닥을 향해

털썩 주저 앉아 버린다

귀찮은 듯

구멍 난 양말을 벗자

서글픈 냄새가

온방 가득 번져 가고

달빛이 벗어 놓은 메리야스엔

아주 오래전에 말라 버린 소금꽃이

선명하게 반짝인다

 

찰랑찰랑

눈물 고인 술잔은

어느새

가난한 숨소리가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시 평/시인 박선해】

발아되는 모든 순간의 것은 아름답다. 자연의 진한 태양으로 수분기 야무지게

건조한 결정체의 염전에서는 꽃이 핀다. 그 소금꽃의 빛살로 풍광은 눈부시다.

우리 땀방울이 송곳 맺힌 등짝 등에는 하루의 노고가 바싹함으로 땀꽃이

포슬 거린다. 그 꽂의 피로가 과적이 될 무렵이면 짭자지근한 땀꽃의 수고가

퍼석인다. 지난 시간이 인향을 피우며 소금꽃으로 환생한다. 달빛이 수고한

하루를 붙잡고 소금꽃의 집으로 인도한다. 메리야스에 맺힌 소금꽃을 안주

삼았다. 고독을 술잔에 기탁한 하루의 석양이 출렁인다. 무드는 없다. 언어도

없다. 여린 가난이 계절을 잊고 누구나 걷는 인생행로와 풍경으로 가득 찰

뿐이다. 잠시의 삶은 패전일 지언정 휴지 한조각에도 태평양에 뜬 배를

그린다. 뒤로는 태양이  떠오른다. 지평선과 맞물려 시작과 끝을 퍼올린다.

어제의 고난은 그 쯤에서 머무르며 새날이 감탄으로 광활히 떠오른다.

취기가 배인 삶도 정서다. 오늘, 소금꽃 전시회는 일상의 한편이 연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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