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게 원칙

김해 삼계동 맛집 짬뽕전문점 '여빈' 전경.

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

직접 우려낸 천연 소스 이용

맛깔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맛

짠맛, 매운맛의 요리 경계

 

김해시 삼계동 신도시 지역내에 가야대학과 공동주택지가 즐비한 도로변에 정말 맛잇다고 소문난 짬뽕전문점 '여빈'을 찾았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보통의 짬뽕집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홍합과 새우, 소고기, 차돌박이, 버섯 등 건더기가 수북이 쌓여 짬뽕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국물은 기름기가 보이지 않아 붉지만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었다. 갓 만든 중식 요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불향'이 먼저 느껴진다.

대량으로 만들거나 미리 만든 짬뽕에선 구현되지 않는 향으로, 일반 중식당이나 프렌차이즈 형태의 짬뽕집에선 맛보기 어려운 기가 막힌 맛이다.음미할수록 차별화된 맛이 전해진다.

짬뽕 특유의 얼큰함과 맛깔스러움은 있지만, 맵거나 짜지 않다. 짬뽕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짬뽕의 강렬함을 원했다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짬뽕의 자극성이 부담스러운 이라면 얼큰하면서도 편안하게 넘어가는 이 맛에 매우 흡족해할 듯하다.

짬뽕전문점 '여빈'의 문우식 대표는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게 원칙이다"며 "직접 우려낸 천연 소스를 이용해 맛을 내니, 맛깔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을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 삼계동 여빈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3년간 고급 중국집으로 명성을 날린 곳으로, 문대표와 가족이 그곳을 운영했다. 여빈의 메뉴는 짬뽕 위주로 단순하다. 그 사이 문 대표는 짬뽕 맛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를 시도했다고 한다.그는 "짠맛, 매운맛의 요리를 경계하는 편"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맛으로 음식을 포장하는 건 비교적 쉽다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담백하고 은은한 맛을 내려고 고민했고 당연히 조미료도 피하게 됐다.

여빈짬뽕에는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과 재료 맛을 흡수시키기 위한 미량의 설탕 외 별다른 조미료가 쓰이지 않는다. 대신 문 대표가 직접 만든 천연 소스가 곁들여진다. 정기적으로 영업이 끝난 뒤 밤을 새가며 10시간 가까이 야채·고기·해물 등을 우려낸 것으로, 이 엑기스가 조미료 없이도 맛깔스러움을 내는 핵심이다.짬뽕 전문점으로 운영되는 영업 형태도 맛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탕수육이나 깐쇼새우 등의 일부 곁가지 메뉴도 있지만, 메뉴가 간단해 주문 뒤 정석대로 요리가 진행돼 음식이 완성된다. 여빈짬뽕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불향'이 짙은 것으로 유명한 것도 이런 요리 과정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여빈짬뽕은 기본이 순한 맛이다. 순하고 담백한 짬뽕이다 보니, 한 번에 강렬한 느낌을 받는 손님보다 "은근히 또 생각난다"며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객이 요구에 따라 매운 맛을 조절하고 소금을 추가하기도 한다.

여빈짬뽕은 해산물에서 느껴지는 얼큰함이 속을 데워준다. 간혹 전복짬뽕 혹은 해물짬뽕 중에 짬뽕의 강렬함에 해물 등의 맛이 묻히거나 조화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여빈짬뽕은 기본이 담백한 맛이다. 하절기엔 여빈짬뽕의 면을 볶아 시원하게 만든 냉짬뽕이 계절 별미로 인기다.

곁가지 음식에도 옛 여빈의 경력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탕수육의 얇은 피는 감자전분으로만 반죽된다. 계란이나 옥수수가 첨가된 것보다 더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 낸다. 소스는 간장·식초·설탕·레몬·계피 등으로 만들어진다. 요즘 많이 쓰이는 케첩이 들어가지 않아 색이 맑다. 소스의 색에서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담백함은 입안에서도 그대로 전달됐다.

말그대로 여빈짬뽕에 한번 반하면 소문에 소문을 더해 천객만래가 되는 것이다. 칼칼하면서도 맵지 않고 뜨거우면서도 시원함이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여빈만이 만들 수 있는 진짜 짬뽕인 것이다.

누구나 한번 먹으면 반하는 짬뽕, 이 맛에 수많은 식객이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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