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작가

하명호 작가

진주 시림문학 회원

산해정 인성문화 진흥회 문예위원

열린 동해문학 수필부문 금상 수상

 

 

 

쥐띠, 범띠, 말띠!

구순 넘어 세월 가는 거 잊어버리니

백 세를 바라보는 할머니들

잘도 파리를 잡는다

새들 땜에 참깨 다 넘어 가게 생겼네

새가 참깨 먹어 치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데요

날아가는 새 방귀 뀌는

건 보았소?

울 할매가 그 모양새요

새참 가질러 칠십 나이 새댁은

새참이 지났는데도 기척이 없다

칠십 새댁

기다리느라 목 빠질라

구수하니 할머니들 야담이 섞이어 오니

지루하니 뻐꾸기 나무 위에서 하품을 해댄다.

 

【시 감평/시인 박선해】

여느 공원이나 오후 두시의 정자 그늘 풍경은 하얗거나 검거나

할매 새댁부터 큰언니 할매댁까지 각양각색의 차림으로 놀이터다.

그 곳은 질서 정연한 나름의 대화에도 룰이 있다. 칠십 새댁은

막무가내 꾸지람도 듣지만 형님 아우 사이 애교 몇마디면 어찌나

아끼며 사랑을 듬뿍 받는다. 몇발자욱 빠른 걸음이라 심부름꾼이

되기도 한 때문이다. 한나절의 소일거리도 준비한다. 그러다

몇십년을 동고동락하는 삶의 궤적을 나누는 터가 된다. 안집

바깥집이 된다. 허리멍텅해진 큰언니는 한겨울 외는 종일

누워 잠이다. 깊은 잠에도 파리 모기 부채질은 특급 선수이다.

할매 새댁들은 나물등 지푸라기 다듬어 고르는데 옛 정을 그리며

한 곡조 부르심이 세계 탑 무대도 휩쓸 판이다. 지나치는 광경을

놓칠세라 시인은 메모를 남긴다.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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