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희 작가

장정희 작가

치과 정기검진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가야의 거리’를 걸어보고 싶어 봉황동 유적지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파르르, 봄의 눈꺼풀을 비비대는 꽃들과 눈인사 나누며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성동 고분박물관과 수릉원을 지나, 김수로왕의 탄생설화가 깃든 구지봉, 김해의 자긍심으로 우뚝 선 국립김해박물관 앞에서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벤치를 찾아 앉았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데 한몫을 하며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해반천은 김해 시민들에겐 친숙한 수변 천으로 거듭나 사계절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해의 번영이라 일컫는 경전철은 김해와 부산을 오가는 생활의 편리함을 더해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금관가야의 발상지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거리인 만큼 ‘가야의 거리’는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 때문인지 예전과 달리 사람의 발길이 끊겨 침울한 거리가 된 듯했다.

엎어진 봄,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일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거리를 아름답게 거닐던 사람들. 그 행복한 웃음소리가 실종된 지 벌써 몇 달째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명목 아래 사람들의 마음마저 감염시킬까, 우려하면서 걸음마 뗀 아이들에게까지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이 상황이 그저 애석할 따름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하는 심정으로 달래보지만,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눈빛을 읽을 때 봄은 또 저만치 달아나고 서로 못 본 척, 마스크를 고쳐 쓰며 지나쳐 간다. 어쩌다 그 사소한 일상들의 눈인사가 그리운 날이 되어버렸을까.

매년 4월이면 ‘가야의 거리’에서 행해지는 ‘가야문화축제’로 전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전국 백일장’도 치르며 김해의 화합을 더불어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도 가을로 연기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김해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힘겨운 시간과 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조금은 귀찮고 성가시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현명하게 생각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 것은 모두가 이 위기를 잘 견뎌 서로에게 힘이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도 선정된 이 ‘가야의 거리’는 지금 봄의 왈츠가 한창인데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이 거리조차 마음 놓고 걸을 수가 없다.

정녕 봄이 왔던가?

예년보다 일찍 핀 라일락꽃 향기가 코끝을 맴도는데 향기는커녕 누구나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거리로 나설 수 있다니…

하지만 ‘가야의 거리’에 곧 행복의 바이러스로 채워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금관가야의 맥을 이어갈 김해에 ‘행복의 폭죽’을 터트릴 때가 눈앞에 와있으니 서로 조금만 더 힘내서 보듬고 이겨내기를!

혹시 또 아는가, 이 거리에 버리고 간 오늘의 마스크가 천년 후 누군가에게 발굴되어 국립김해박물관에 유물로 전시가 되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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