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508p / 1만 3천원

 

안현균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책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나와 관계가 있고 나와의 거리가 가까울 때 더욱 깊이 다가오는 법이다. 이에 코로나 19의 팬데믹화가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소개하려 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이다. 알제리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처음 한 두 마리씩 발견되던 죽은 쥐들이 점점 떼로 늘어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페스트다. 페스트는 순식간에 시 전체로 퍼져나가고 의사 리유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은 보건대를 조직해서 병에 맞서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해 거대한 악에 대해 저항한다는 일견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지만 페스트, 전쟁, 기아 등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아 번성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한 가지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최근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이 현재를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만큼 의미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페스트>는 1947년에 발표됐다. 카뮈는 1941년부터 오랑에서 1년 반 넘게 지내며 <페스트>를 구상했고, 7년이 걸려 작품을 완성했다. 실제로 오랑 인근의 도시에 티푸스가 번져 지인이 감염된 사건과, 지병인 폐렴의 재발로 고통을 겪은 개인적 경험 등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다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을 상징한다. 사면초가의 감옥에 갇혀버린 인간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 오랑에는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간다. 시민들은 병을 이겨내기 위해 미신에 의지하기도 하고, 박하사탕이나 고무를 입힌 레인코트가 병을 이겨내는 데 효험이 있다는 뜬소문에 휘둘리기도 한다. 작품에는 극한의 절망과 공포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그려진다. ‘사랑과 행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신문기자 랑베르), 재앙 앞에서 ‘인간의 구원’을 성찰하는 사람(파늘루 신부), 속수무책인 현실 속에서 ‘행위의 필요성’을 부르짖는 사람(타루), 묵묵히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 상황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의사(리유)가 있다. 이들은 불완전한 인간이지만, 공동체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투신하는 가운데 조금씩 변화해간다. 그러한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그랑이다. 시청의 말단 공무원인 그는 작은 일에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보건대 일을 묵묵히 해낸다. 그랑은 카뮈가 추구하는 인간상이었다. 카뮈가 <페스트>에서 말하고 싶었던 ‘진정한 인간’이란 절망이 덮쳐왔을 때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인간, ‘나’에서 ‘우리’로 변화하는 인간이다.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 재난을 이겨내자면 수많은 그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누구나 그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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