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노먼 베쑨 / 테드 알렌 · 시드니 고든 지음, 천희상 옮김 / 실천문학사 / 620p / 1만 8천 원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상황을 보면서 건강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낀다. 마음이 조금 불안해지면 손을 씻는다. 외출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렇게 우리는 개인위생이나 예방수칙에 신경을 쓰면 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고생하는 분들이 바로 의료인들이다. 얼마나 힘들까. 그들은 바이러스와 맞서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의사가 노먼 베쑨이었다. 유명한 책이라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세계를 감동시킨 휴머니스트 의사의 일대기 <닥터 노먼 베쑨>을 다시 펼쳐본다.

 노먼 베쑨은 결핵의 수술적 치료법을 개발해서 의학발전에 기여한 탁월한 흉부외과의사였다.  그리고 스페인의 반독재 투쟁부터 중국의 항일투쟁 현장에서 전쟁 중 의료의 개척자로서 활동했다. 이 책에는 노먼 베쑨의 행적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보건의료인이 본받아야 할 참모습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어 의대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진학진로 필독서로도 알려져 있다. 일반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캐나다 사람 노먼 베쑨은 토론토 의대를 다녔다. 1915년, 캐나다는 1차 대전 참가를 결정했고, 노먼 베쑨은 군에 입대했다. 그는 전쟁을 겪으면서 냉혹하고 무자비한 현실에 눈을 떴다. 위생병인 그는 부상병보다는 주검을 더 많이 보았다. 대부분 20세 전후의 청년들이었다. 전쟁에 희생되는 어린 생명을 바라보면서 노먼 베쑨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세계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폐결핵을 걸린 그는 임상결과가 없었던 '기흉 치료법'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실험을 했고 완치됐다. 이후 많은 결핵환자를 수술해 살렸으나,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의사 한번 찾아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현실을 보았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은 의료기술 개발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의사를 찾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회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사회부터 치료해야한다는 걸 주장했다.
 
의사로 시작해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뜨게 된 사람 중에는 수술실을 벗어나 정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노먼 베쑨은 의사가 된 이래 결코 스스로 의사라는 자각을 놓치지 않았다. 사람과 사회를 고치는 방법 또한 의사로서 통해 찾으려 했다.
 
노먼 베쑨은 3개국에서 의술을 펼쳤다. 조국 캐나다, 세계의 양심적인 인사들이 나치즘과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 모였던 스페인, 일본 제국주의 군인들이 중국인들을 학살하던 중국 땅이었다. 노먼 베쑨의 무기는 그가 가장 잘 아는 무기, '의사'라는 직업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부와 명예를 마다한 채 먼 이국의 전쟁터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더 위험한 곳에서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자 했던 그의 신념은 세상에 남아있다.
 
노먼 베쑨 뿐이겠는가. 사람과 사회를 고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의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자신을 바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의료인들께 진심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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