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48p / 1만 4천 500원

 

강윤지 칠암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당신에게 여행의 의미는 무엇인가?
 얼마 전 다녀온 파리 여행의 첫 일정은 시내 가이드 투어였다. 짧은 시간에 파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투어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에펠탑이 잘 보인다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유명하다는 식당도 찾아다녔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여행은 어땠냐, 재밌었냐”는 물음에 “재밌었다, 좋았다” 외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의 내용과 형식은 그대로인데 배경만 바뀌는 느낌이 들어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여행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애초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지만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는 정작 현실을 반복하게 된다. 저자는 이 시대의 여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진정한 여행자’의 길로 나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음에는 조금 더 잘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여행이 일상인 시대이다. 휴일이 며칠만 겹친다 싶으면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던 것도 벌써 오래전이다. 이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해졌다. 여행책자도 넘쳐난다. 지구촌 곳곳을 소개한다. 아직까지 소개되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문인, 사진작가, 여행전문작가 등 여행을 주제로 책을 내는 저자군상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 SNS에도 여행 이야기가 단골로 등장한다. 정착할 곳을 찾아, 먹을거리가 풍부한 곳을 찾아 지구 위의 모든 땅을 떠돌았던 인류의 유전자는 현대에도 여전한 것 같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문화평론가 정지우 씨는 우리가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얻고 왔는지 차분하게 묻고 있다.
 여행지에서의 감회를 기술한 에세이는 이미 지겨울 만큼 많이 나와 있다. 여행을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은 재미없다. 반면에 이 책은 감성까지도 소비하는 시대에서 상품이 되어버린 여행에 대한 비판, 동시에 그러한 ‘소비적인 여행’을 극복하고 진정한 여행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여행의 출발에서부터 여행에서 겪는 실패와 허무, 그리고 여행의 재발견과 도착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여행의 동기, 배반, 의미, 가치 등 여행에 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성찰은 지나간 여행을 곱씹게 한다. 나는 그때, 그곳에서 무엇을 했던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다. 저자가 경험한 에피소드와 여행 사진, 여행 영화 안내는 또 다른 특별한 여행을 꿈꾸게 한다.
 저자는 여행을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돌아와서 우리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그 훌륭한 돌아옴을 위해 여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성찰해야 한다. 여행이 만약 삶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품고 있다면,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한, 그 여행의 가능성에 매달려 볼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은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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