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시인

기차역의 추억

열차가 떠났다
군대 가는 아들을 싣고
눈물 훔치며 돌아 오는데
역사에 핀 코스모스가 달래 주었네

충성!
거수 경례 붙이며
아들이 돌아 오는데
개나리꽃 두팔 벌려 반겨 주었지

그리운 이를 만나러 서울행 기차를 타는 날은
설레이는 마음 달래려
매표소에 놓인 국화 화분에 물을 주었네

사철 꽃이 예쁘게 피고
가는 사람 오는 사람
인정 꽃이 피던 진영역
이제 철도는 끊어지고
열차는 멈추었지만
추억속의 풍경은 멈추지 않았네

환청처럼 들리는 저 기적소리
뿌우ㅡ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은정 시인

약력
2004년 순수문학 시등단
2010년 회백 문학 수필등단
김해문학 우수 작품집상 수상
가온문학상 우수상 수상
저서:수필집/하얀 고무신 신은 여자

 

시 평 (시인 박선해)

100년을 달리던 진영역이 제 소명을 다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며 철도 박물관이 되었고 주변엔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 공장의 흔적이 담긴 성냥 전시관이 생겼다.
기차역 공원으로 변신한 열차는 카페가 생겨 아름다운 추억속의 풍경으로 자리했다. 아들의 군복무라는 애틋한 걸음이 묵직한 사나이 인생길이 되어 올 때 열차는 봄 망울을 품으며 인적을 기다렸다.
아침을 깨우는 기별의 역사가 된 여전히 살아 있는 전설이다. 꿈틀대는 희망의 이야기를 시로 물들인 그 곳의 숨 쉬는 조화에 역동의 흔적을 떠올려 본다. 기차는 지금도 어디론가 달리고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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