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숙 문학박사 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진영읍 진영리 중부 마을에 세 그루의 회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전해 온다. 중부마을의 우물가에는 세 그루의 회나무가 서 있다. 옛날 이곳에 노부부가 있었는데 늦게 아들을 얻어 함께 살고 있었다. 부부는 날마다 밭에 나가 일을 하며 살아갔는데 하루는 자고 일어난 아들이 엄마를 찾아 밖으로 나오다가 발을 잘 못 디뎌 우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노부부도 애통함을 참지 못하고 함께 빠져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슬퍼하며 장사를 지내 주었다. 그러자 우물 옆에 회나무 세 그루가 솟아났다. 솟아난 나무의 모양이 각각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형상과 같았다. 동네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이곳에서 제를 올린다. 제를 올리면 동네가 화목해 진다고 한다.

 해방 후 콜레라가 창궐할 때 이 마을에는 한 명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다가 제를 올렸기 때문에 나무가 지켜주었다고 믿고 있다. 위의 이야기는 당산나무제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다. 나무의 탄생과 제의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제의의 대상으로서 나무의 탄생과 그 기능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제의는 정월대보름과 관련이 있다. 오곡밥, 부럼, 귀밝이술, 달집짓기, 줄다리기, 씨름, 쥐불놀이가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맞이 의례는 당제 및 동제에서 시작된다. 당제와 동제를 지내는 장소에는 당집이나 제각이 있고 주변에는 반드시 당산나무가 존재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 곳에서의 제의를 통해서 마을의 묵은 질서를 돌려보내고 새 질서를 받아들인다. 묵은 질서의 현대적 의미는 액운으로 압축되고 새 질서의 현대적 의미는 마을사람들의 안녕과 생산의 풍요 같은 것으로 압축된다. 위의 내용 중 콜레라는 묵은 질서이자 혼돈이다. 마을 사람들은 제의를 통해서 묵은 질서인 전염병을 몰아 낸 것이다.
 
지금 전국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 혼란을 겪고 있다. 첨단의학 기술로 세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의를 통해 병을 물리쳤던 옛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을 물리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다만 옛날에는 옛날의 방식이 있었고 지금은 지금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모두다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삶을 바라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1972년 내무부에서 지정한 보호수가 있다. 대부분의 당산나무가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다. 당시 김해에는 180 그루의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거기에는 간략하나마 제의에 관한 내용도 부기 되어있다. 아마도 새마을 운동과 관련하여 조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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