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이 돌아왔다<9>

 

칠산 묘법연화서 법지

  서유기의 도입부에서부터 석가모니 부처님의 손바닥 안, 오행산에 갇히기까지의 손오공의 천방지축의 모습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 손오공이 불법을 구하러 떠납니다. 우리 가운데에는 불법을 구하려는 이유가 갈애를 풀기 위한 도구로 쓰기 위해서 배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바로 손오공 같은 존재입니다.

정법(正法)의 수호자가 되기 전까지의 손오공, 부처님한테 갇히기 이전의 손오공입니다. '강한 자가 지존'이라는 영웅심에 함몰이 되어 있습니다. 욕망이라면 무엇에도 거침없는 자유혼입니다. 그런 까닭에 공을 깨닫기 전까지는 질서의 파괴자로서 수많은 업을 지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을 깨닫겠다는 초발심을 낼 때는 정법이 수호자로서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모든 생명을 평안하게 하는 정법의 신장으로 끝내는 성불합니다. 서유기의 초반, 천방지축으로 요괴들을 때려잡는 손오공이 후반부에서는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요괴들과 싸움을 치루는 정법신장으로 변신하는 이유가, 바로 이름이'오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질서의 파괴자에서 정법의 수호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부처가 된 것입니다.
 
 깨닫겠다는 초발심을 내기 전, 돌원숭이는 수렴동에 모여 사는 원숭이들의 우두머리인 미후왕이 되어 세월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원숭이는 영생을 위하여 불로장생의 신선술을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돌원숭이인 손오공이  미후왕으로 지내던 곳은 동승신주입니다. 옛날 인도인들 세계관에는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대륙이 있습니다. 동승신주, 서우화주, 남섬부주, 북구로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남섬부주인데 보통 사찰에서 스님들이 축원을 할 때 남섬부주 동양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손오공이 배를 타고 동승신주를 떠나 남섬부주와 서우화주를 들립니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남성부주에 잠깐 들렸는데 남섬부주 인간들이 하는 꼴이 너무 가당치 않아서 실망을 하고 떠났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남섬부주를 고해(苦海)라고 합니다. 참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손오공이 남섬부주에 들렸다가 서우화주로 갑니다. 서우화주에서 비로소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서우화주에 도착하자 나무꾼의 구성진 노래에 반하는데 나무꾼이 그 노래를 가르쳐 준 스승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주소를 일러줍니다. 그런데 그 동네 이름이 아주 기가 막힌데 서유기의 숨어있는 의미를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동네 이름이 영대방촌산 사월삼성동(靈臺方寸山 斜月三星洞)입니다. 영대방촌산, 영대란  신령스러운 누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사방 1치 밖에 되지 않는 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방으로 달랑 한 치, 즉. 가로세로 2.54 센티 크기인 산에 있는 신령스러운 누대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이 안 되는 크기입니다. 또한 그 산이 있는 동네는 사월삼성동. 비스듬하게 누운 달에 별 세 개가 뜬 골짜기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운 달에 별 세 개가 뜬 골짜기에 위치한 사방 한 치 밖에 되지 않은 산속 신령스런 누대에 수보리 조사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주소가 갖는 비유는 기가 막힙니다. 우리가 사람의 마음 크기가 얼마나 클까를 이야기할 때 보통 방촌이라고 합니다. 그 방촌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끊임없이 다툰다고 말합니다. 실제 우리 마음을 매우 작다는 것을 비유하기 위해서 방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방촌이란 어원은 장자의 중니편에 나오는 방촌지지(方寸之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방촌지지란 사방 한 치의 좁은 땅을 뜻하며, 마음이 사방 한 치의 심장에 깃들어 있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문구로 사월삼성은 기운 달에 별이 세 개가 떴다는 뜻으로 바로 마음심(心)자의 글자가 나타내는 형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파자라고 합니다. 글자를 깨뜨린다고 표현합니다. 마음 심(心)을 파자를 하면 기운 달에 별 세 개, 사월 삼성이 됩니다. 그러니까 영대방촌도 마음을 얘기하고, 사월삼성도 마음을 얘기합니다.

 이처럼 서유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온통 마음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현장스님이 집중적으로 공부한 것이 유식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원은 마음 원숭이입니다. 사월삼성은 마음 동네입니다. 영대방촌 역시 마음 골짜기입니다. 마음 원숭이가 마음 동네에 있는 마음 골짜기 속 신령스런 누대를 찾아 가서 공의 이치를 배워 마음을 깨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면 마음 개발을 하겠다는 발심의 구현입니다. 돌원숭이는 마음의 잠재 능력을 끌어 올려서 영생을 얻으려는 것인데, 영생은 영원한 법신으로 성불함을 의미합니다. 법신이란 대승불교의 핵심적 사상입니다. 드디어 돌원숭이는  영생을 위한 여행에서 수보리조사를 만나 신선술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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