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영 편집국장

  2015년 6월 25일 오전 창원SK병원앞은 창원보건소 사랑의 의료봉사단원의 병원 주변 청소로 부산했다. 취재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시와 시민들은 '사랑합니다. 당신은 창원을 지켜낸 영웅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이 병원 40명 메르스 영웅의 귀환을 환영했다. 당시 안상수 창원시장은 의료진에게 일일이 꽃다발을 걸어주며 메르스와의 전투에서 완벽히 승리한 그동안의 사투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안 시장은 이들을 "시민들을 위해 희생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사태 당시 창원에는 115번 환자가 양성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한때 격리 및 감시자가 최고 564명에 달했으나 단 1건의 2차 전파 없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그것은 창원보건소의 병원 전체 폐쇄건의와  병원장의 주저없는 수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역학조사팀이 5~7층만 폐쇄하고 외래진료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병원측은 손해를 감수하고 전체 폐쇄를 단행했다. 서울의 거대병원들이 쉬쉬하며 머뭇거렸던 것과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에 찬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14일간 감옥과도 같은 격리된 병원에서 사투를 벌인 40명 중 24명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자진해서 격리에 동참한 사람들이다. 병원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기는 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사명감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방호복을 입고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며 의료인의 헌신적 자세를 보여준 이들에게는 창원시를 지켜낸 영웅이라는 칭송이 이어졌다. 병원측의 헌신적 노력이 알려지면서 병원을 응원하는 각계의 격려 편지가 쇄도하기도 했다.

창원시는 이를 기억하기 위해 메르스 대응 과정을 수록한 백서를 발간했다.  본문과 부록 총 4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백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염병 위기 사태 발생시 일선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보여주고 있는 보건당국의 대처는 5년전의 메르스사태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접촉자 동선 파악에 구멍이 뚫리고 정보의 제공, 확진자가 다녀간 곳에 대한 예방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접촉경로를 소상히 공개함으로써 무차별 감염의 공포, 내가 감염될 수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제거하는데 성공한 메르스사태와 대비된다. 주저없이 병원 이름을 공개한 경남도와 창원시와 달리 병원이 입을 타격을 우려해 병원 이름 공개를 미적댄 그 때의 과오를 5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메르스사태때 처럼 감염의 공포와 분연히 맞서 싸우고 있는 우한 영사관직원들, 의료인, 공무원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 때문인지 보건당국도 대응태세도 초기와 달리 매끄럽게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메르스 사태는 국가위기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진화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민간병원과 공무원의 대응자세에서 결판이 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감염의 확산도  감염의 차단도 의료인과 공무원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점을 우리는 봤다. 접촉자에 대한 완벽한 추적 감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메르스사태에서 보여줬던 헌신과 노력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감을 극복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과도한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일일 것이다. 메르스사태가 비교적 조기가 진화될 수 있었던 것은 소상한 정보가 적기에 제공되고 그 정보에 대한 믿음이 국민들에게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 중국의 사태는 이를 증명하고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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