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 청소부' 금동건 씨, 네 번째 시집 '엄마의 젖무덤' 발간

지난 6일 금동건 씨가 네 번째 시집 '엄마의 젖무덤'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어머니의 가슴에 이 시집을 안겨드립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주름이 가득한 선한 눈매. 김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금동건(61) 씨의 별명은 '시인이 된 청소부'다.
 
 그는 2007년 '자갈치의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내고 2011년 '꽃비 내리던 날'로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시를 쓰는 청소부'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런 그가 2018년 세 번째 시집 '시를 품은 내가슴'을 발표한 뒤 1년 여 만인 지난 1월, 네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새 시집의 이름은 '엄마의 젖무덤' (<김해일보>는 금 씨의 이번 시집의 대표작 '엄마의 젖무덤을 본지 15면에 소개한다.)
 
 금 씨가 앞서 발표했던 시집들이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떠올린 일상의 단상을 시로 표현해 엮은 것이라면, 이번의 시집에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이 한껏 녹아있다.
 
 "거리 청소를 하다보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어르신들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10년 전부터 병상에 누워계시는 제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아, 제발 저 어르신처럼 우리 어머니도 지팡이라도 짚고 걸을 수만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에 길거리에 어르신들을 한참이나 바라보다보면 눈물이 왈칵 납니다. 그런 날이면 피곤함을 잊고 한걸음에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향하곤 하지요."

지난달 29일 금동건 시인의 모친 권오선(87) 씨가 아들의 시집을 읽고 있는 모습.

  
 올해 87세인 금 씨의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 1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건강했던 금 씨의 어머니가 쓰러졌고 이후 점점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저를 알아보지 못하실 때면 누워계신 어머니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고 '엄마, 엄마'라고 일부러 불러 봐요. 그러면 어머니가 제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세요. '아, 알아보시는 구나…' 어린 시절, 제가 칭얼거릴 때마다 서슴없이 가슴을 내어주시던 그 기억만큼은 저와 어머니를 아직까지 이어주고 있는 듯해요."
 
 금 씨는 이번 시집이 발간된 다음날 어머니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품에 자신의 시집을 안겨드렸다. 모처럼 아들을 단번에 알아본 금 씨의 노모는 받아든 시집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표지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냈다.
 
 "모처럼 글자도 읽으시고, 제가 만든 시집인 줄 분명 아시는 겁니다. 정신을 차리시고 제 시집을 받아든 어머니의 모습에 또 한 번 울컥했었지요. 어머니의 병세가 더 심해지기 전에 시집을 안겨드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금 씨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이번 시집을 발간하게 됐다며 재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금 씨는 지난해 9월 이 재단이 마련한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출판비용으로 사용했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머니께 이런 의미있는 선물을 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더욱 창작활동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는 제 삶을 돌아보는 시, 좀 더 진취적인 생각이 담긴 시를 써 볼 생각입니다."
 
 한편 금 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동전을 주워 모아 매년 불우이웃에게 전달(본지 1월 1일자 3면 보도)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며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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