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시인


봉화산 마애불

 
나는 한 때
별의 먼지, 나비, 능금나무
또는 물고기
오랜 지층 속에 머물던
당신이다
 
잠시 산중턱에 서 있는데
모이고 흩어지는
구름 저편을 보고 있는데
 
어느 사내가 정(釘) 하나로
제 깨끗한 마음을
나에게 새겨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으나
잠시,
불(佛)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법을 펼 수는 없으나
누웠거니 섰거니
고개 갸웃대는
당신의 분별을 비추고 있다.



김미희 시인
 
약력
『문학21』 등단
김해문인협회 회원
포엠하우스 회원

 

양민주 시인
봉화산 마애불은 진영 본산리 봉화산의 바위틈에 누워 있는 고려 시대 불상으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40호로 지정되어 있다. 시에서 마애불은 한때 지층 속에 머물렀던 바위로 산 중턱에 서서 모이고 흩어지는 삼라만상의 구름 저편을 보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내가 정(釘) 하나로 자기의 깨끗한 마음을 새겨서 부처가 되었다고 한다.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어 법을 펼 수는 없다고 하였으나 산길을 오르며 보는 사람마다 왜 누워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분별로 삶이 이런 것이라는 법을 펼치고 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 이게 진정한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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