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식 칠산행정사사무소
대표/시인 수필가

 맨날 보수와 좌빨이라는 용어들을 접하다 보니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무엇이 옳고 그런지 내가 어떤 편견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할 기력조차 잃은 지 오래다.  문득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했던 조선 시대 학자들의 저력은 무엇인지, 백성을 사랑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던 조선 시대 사상가들의 자부심의 근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미숙하지만 한국사상의 뿌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조선 시대 사상의 뿌리는 유교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함께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고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전제하는 유교에서는 자기 자신(己)과 다른 사람(人)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자기 자신(己)을 유교 사상의 중심개념으로 한다. 모든 것을 자기로부터 시작하기에 일이 잘못 되었을 땐 다른 사람(人)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己)을 먼저 탓한다. 먼저 자기 자신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여 사랑의 주체성을 굳게 한 다음 열린 마음으로 점차 다른 사람을 사랑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 정치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한 다음에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한다(正己而正人)’는 말로도 표현된다.

  유교사상에선 특히 가족(家族)을 주목한다. 인간이 좀 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혼자 외롭게 살기보다 당연히 가족 속에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으로 보며 미혼자보다 기혼자를 더 어른으로 대접해 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가족을 원만한 인간관계를 학습하는 곳으로 보기 때문에 자연히 가정교육을 중시하고 집안일 잘하는 사람이 나랏일도 잘 할 것이라 추론하는 것이다. 가족윤리인 효(孝)를 정책적으로 적극 장려한 이유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족과 국가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이며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에서 길러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격 수양이나 가족을 바르게 하는 일은 결국 정치하는 일로 연결된다. 자기가 바르면 가족을 바르게 할 수 있고 가족이 바르면 나라가 바르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정치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최고의 자리에 놓여 있었고 정치하는 사람 역시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유교에선 인간에게 차등을 둔다.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만 측은지심을 미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는 사람을 유교에서는 소인(小人)이라 부른다. 소인은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대상이 겨우 자기 가족에 한정되기 때문에 사랑을 펼치는 범위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반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절실한 사랑을 자기 가족에게 펼치고 그 열린 사랑의 마음을  이웃에 펼치고 결국 온 나라 사람을 자가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부른다. 진실로 이런 군자로서의 인격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군자에겐 사명이 주어지는 것이며 그건 바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매일 수양해서 참된 자기를 찾고 다른 사람을 자기와 같은 존재로 동일시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면서 하늘 아래 땅 위에 사는 인간을 좋은 세상으로 이끌어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민의를 대변할 국회의원 총선거가 목전에 있고 국민의 안녕을 위해 지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많은 선량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질문만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조건에서 적응하고 살며 어떤 조건에서 저항하고 변화를 꿈꾸는지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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