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문 / 이유남 지음 / 덴스토리 / 312p / 1만 4천 원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면 이런 말이 있겠는가. 그런데 잘 키우려고 하다가 오히려 자식에게 큰 부담을 지울 때도 있다. 공부 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만 받던 자식이 하루아침에 ‘잘난 자식’의 역할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부모의 마음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다.

 저자는 능력이 뛰어난 교사로 인정받았던 초등학교 교장이다. 자신의 교육방식대로 아이들을 잘 키운다고 생각했다. 1등 교사, 1등 엄마로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교 1등 고3 아들의 느닷없는 자퇴 선언을 시작으로 고2 딸의 연이은 자퇴라는 엄청난 일을 겪는다. 절망의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코칭’을 만난 후에 깊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 희망을 키워냈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하고 진솔한 경험을 담고 있다. 자신이 부모가 아니라 감시자였고, 무자격 부모였다며 부끄러웠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녀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킨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들과 딸에게 반성문을 쓴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아이를 자신의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어 자신의 욕심으로 키운 것을 반성하고 있다. 저자는 어렸을 때 공부를 잘했다. 그러니까 아이들도 당연히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아이는 학업은 물론이고 다른 것도 다 잘했다. 하지만 저자는 한 번도 아이들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더 잘 할 능력이 있는데 아이들이 그 실력을 전부 발휘하지 않는 것 같아 다그치기만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눈을 마주보면서 대화한 적이 없다. 저자 자신이 늘 바빴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가 있었는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어떤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모른다.

 그저 아이들에게 물어본 건 “오늘은 발표 몇 번 했어?” “시험 잘 봤어?” 이런 말이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자기가 몇 번이나 발표했는지 세어보고, 엄마에게 말할 칭찬거리를 찾으면서 학교생활을 했다. 저자는 “숙제했니?” “일기 썼니?” “학원 갔다 왔니?” “시험 잘 봤니?” “숙제 가져와 봐” “책 다 읽었어, 안 읽었어” 하면서 늘 감시하고 확인했다. 심지어 가족여행을 갈 때도, 남편이 운전하면 뒷좌석에서 아이들과 앉아서 그동안 점검하지 못한 것들을 챙겼다. 이런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 생각도 가질 수 없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순종하면서 자랐다. 저자는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놀아보지도 못하고, 쉬어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한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두 아이가 자퇴한 후 저자는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생각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중에 ‘코칭’에 대해서 알게 됐다. 한국리더십센터를 비롯해서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코칭교육, 소통, 리더십, 상담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편하게 다가갔고, 시간이 지나 아이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지금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와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사랑으로 위장한 억압과 감시로 아이들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의 뼈아픈 반성문이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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