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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함께 사라져 가는 기층문화(基層文化)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이홍숙 문학박사/창원대 외래교수

  김해시의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난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정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교통환경을 비롯해서 소음 및 환경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문제일 것이다. 적어도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곳에서는 그러하리라고 본다. 농촌마을에서 빠르게 도시화 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교통 및 환경 문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난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농촌 마을이다. 도심을 벗어난 곳곳에는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거나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농촌 마을이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과거 전통마을의 모습을 온전히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의 모습은 비슷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마을을 구성하고 있던 전통적 주거형태의 마을의 모습은 아니다.

 마을의 대부분은 공장으로 채워져 있다. 논과 밭의 대부분이 공장으로 바뀌어서 이곳이 전통적인 농촌 마을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커다란 트럭들이 좁은 마을길을 위태롭게 드나든다. 한쪽 귀퉁이에 옹색하게 자리하고 있는 경로당 표시나 학교 표시가 아니라면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가 없을 정도다.
 이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농촌마을과 함께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전국적으로 농촌마을의 인구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고령화로 인해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아는 바이다. 그러나 김해처럼 마을이 온통 공장지대로 변해버린 곳은 찾기 힘들 것이다.

  농촌마을이 공장으로 대체되고 전통마을이 사라지면서 대두되는 문제는 사라지는 전통문화의 소멸이다. 전통마을이 사라진다는 것은 전통 문화의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듭되는 산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의 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그 기반의 구심적 역할을 하던 전통마을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을 맞아 가끔씩 찾아가던 고향 마을에서 나를 반겨 주던 것은 나의 혈육 들 뿐만이 아니었다. 당산나무, 학교, 우물, 바위 등과 더불어 마을 곳곳에 배여 있는 추억들이었다. 이 추억거리들 속에는 조상대대로 이어 오던 전통들이 서려 있다.

 저 곳에는 해마다 당제를 지내던 당산나무가 있었고, 아낙들의 모내기 소리 무성하던 들판이 있었고, 대보름 새벽에 아낙이 용알 뜨던 우물이 있었고, 아들 낳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던 부처바위가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고 의미조차 잃어가고 있는 것들이다. 더구나 공장으로 가득 찬 마을에서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산업형태가 바뀌면서 문화적 전통이 사라진 것이다.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은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전통의 기반이 되는 기층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은 문화의 근간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전히 사라져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차 사라지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아주 오래 된 것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곁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정리하는 것이 오래전의 유적을 발굴하는 것 보다 더 쉽다고 생각한다.

김해일보  gimhae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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