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7p / 2만 8천 원

 

추천 / 안현균 장유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이미지와 말과 글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화려한 것들에 중독되어 평범하고 흔하고 담백한 것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읽어 본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 전해져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평범하고 담백한' 책이 있다. 
 저자의 딸 윤미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결혼하는 순간까지 많은 사진들과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수식이나 미사여구 그리고 보정 없이, 그래서 더욱 직접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건드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이 있다면 가족사진일 것이다. 세상에서 대상을 가장 빛나게 찍고 싶은 마음이 큰 사진사가 있다면, 자식의 사진을 찍는 부모일 것이다. <윤미네 집>은 아버지가 딸을 찍은 사진을 모은 책이다. 제목 아래 부제는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다. 어떤 마음으로 찍은 사진인지 보지 않아도, 책 제목만 봐도 알겠다.

 큰딸 윤미의 사진을 찍은 아버지는 성균관대 부총장을 역임했던 고 전몽각 선생이다.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4년까지 1989년까지 딸이 태어나서 시집갈 때까지 모습을 26년 동안 사진에 담았다. 책 머리에 보면 “사진을 정리해보니 플래시나 트라이포드를 사용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은 아마추어의 좋지 않은 습관일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설명이 있다.

 요즘은 사진이 너무 흔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도 찍고,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지우고, 포토샵으로 보정하고, SNS에 올리고, 포토북 정도는 뚝딱 만드는 세상이다. 하지만 전몽각 선생이 딸의 사진을 찍었던 시절은 카메라도 사진도 귀했다. 흑백사진 한 장 한 장이 귀한 기록이고, 추억이었다. 26년이라는 시간도 놀랍지만, 딸의 성장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에 뭉클해진다. 사진을 보면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어떤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을지 눈에 선하다.

 1990년, '윤미네 집' 사진전이 열렸다. 그때 전시회 도록으로 약 1,000부가 출간됐다. 사진가 주명덕 선생이 편집했던 책이다. 전시회를 위해 출간했던 사진집은 서점에서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윤미네 집>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고, 사진 동호회 게시판에는 “<윤미네 집> 꼭 구하고 싶습니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사진집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기에 2010년 포토넷 출판사에서 사진집이 다시 출간됐다.

  <윤미네 집>에서는 단칸방에서 시작한 살림살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서울이 변해가는 모습까지 함께 볼 수 있다. 한국 현대사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하게 하는 소중한 '기록'의 의미를 가진다. 20년 만에 복간된 <윤미네 집>에는 전몽각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담았던 사진을 정리한 '마이 와이프My Wife' 사진과 원고도 수록됐다. 췌장암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태에서도 암실에서 아내의 사진을 정리했다.

 지금 우리의 카메라는 무엇을 찍고 있는가,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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