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문화사

선물의 문화사 / 김풍기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96p / 1만 5천 500원

 

 생일, 결혼, 입학과 졸업, 각종 기념일에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건 선물이다.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선물을 고를 때 고민은 많지만, 그만큼 또 행복하다. 받는 사람의 기쁜 표정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물을 주고받는 것보다 선물을 고르는 순간이 더 행복하다고들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선물의 풍속도도 함께 바뀐다. 현금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선물하기’도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오늘을 사는 우리는 무엇을 선물할까 하는 선택의 고민에 빠진다. 물건이 그만큼 많아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물건을 선물로 주고 받았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물자가 부족했던 근대 이전 사회에서 선물은 빈한한 일상을 보완하는 하나의 경제방식이었다. 그래서 음식과 온갖 문구류, 의복과 가축 등 생활에서 소용되는 수많은 물건이 선물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백성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짚신이었다. 발에 꼭 맞게 삼아낸 짚신. 오늘날 우리가 볼 때 짚신은 어쩌면 하찮아 보이기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신발이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이야기다. 저자 김풍기 씨는 짚신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짚신, 낮은 자리에서 올리는 그리움과 존경’이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가난했던 조선의 백성들은 짚신을 주고받으며 조금이나마 삶의 곤궁을 덜어냈다. 다 해질 때까지 신은 짚신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인분을 적셔서 기름진 땅을 만드는 데 다시 사용했다. 짚신 선물에는 조선의 사회·경제적 의미까지 담겨있다.

 조선의 선물은 또한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뜻을 전하는 매개체였다.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술잔과 도검, 선비가 벗에게 보내는 종이와 벼루,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는 재산 분배록인 분재기,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며 새롭게 만날 사람에게 전할 요량으로 챙긴 청심환과 부채…. 이렇게 조선의 선물은 시대와 상황, 문화에 따라 품목과 의미가 달라졌다. 선물에는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정서적 특별함과 동시에 사회적 상징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임금부터 백성까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하고 인간사를 풍요롭게 이끈 19가지 선물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시대의 인기 선물 품목을 보면 쌀 · 조 · 수수 등 곡식, 생선 · 조개 · 새우젓 등 음식류, 옷감 · 의복 · 바느질 도구 등 의복류, 서책 · 시문 · 붓 · 종이 · 벼루 등이다. 선물 품목을 보면 선조들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늘 글을 써야 하는 선비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종이였다. 종이의 가격은 쌀 값 만큼이나 비쌌다. 종이가 흔한 세상에 사는 오늘날의 우리를 보면 조선의 선비들은 얼마나 부러워할까. 풍족한 물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마음을 담은 선물이 무엇인지도 함께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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