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시인

무척산 편지

<최영철 시인>


길이 너무 멀어 더듬더듬 지팡이를 짚으며 왔습니다.
내가 당신을 붙잡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휘청거릴 때마다 우리는 서로 손을 부여잡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과 내가 바래다준 산은 엎어지지 않고 돌아눕지도 않고 강물에 담근 발목을 뒤척이며 잘 있더군요.
집 떠난 지 사흘,
그 사이 강은 어두워 멀리 흘러갔지만 저 깊이 홀로된 산은 집 들청까지 걸어 나와 울창한 숲을 풀어 놓았습니다.
그리운 이여, 길이 아직 어두워 다행입니다 저만큼 서서 기다리는 당신 모습 저문 달빛에도 또렷하게 보입니다.


▶약력
경남 창녕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백석문학상 외
시집 『돌돌』 외

 

양민주 시인.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무척산은 김해시 생림면에 있으며 산세가 기묘한 바위들로 어우러져 있어 웅장하다. 시에서 시인은 무척산 아래에 사는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간듯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손을 부여잡고 사랑을 이루어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무척산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다. 시인은 사랑의 증표 같은 무척산을 가슴에 품고 가 삶이 힘들 때나 행복할 때마다 꺼내어 보았을 것이다. 이것이 길이 어두워도 다행이고, 저문 달빛에도 저만큼 서서 기다리는 당신 모습 또렷하게 보이는 이유다. 절창인 사랑시다. 우리도 새해에는 삶에 힘이 되는 산하나 가슴에 품어보자.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