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로 여행을 한다 (1회)

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법지 합장.

 경자년은 하얀 쥐의 해입니다. 예로부터 하얀색은 이롭고 총명함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얀 쥐는 ‘지혜와 총명’을 갖추고 있는 영물 중 하나입니다. 하얀 쥐의 경자년 한해는 우리 모두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자비의 지혜가 이 땅에 가득하기를 축원드리며, 새해 인사와 함께 칼럼 ‘손오공이 돌아왔다’ 제1화를 시작합니다.

  손오공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만화로 우리에게 꽤 익숙해져 있는데, 성불여행으로 부처가 된 그 손오공이 혼탁한 지금의 우리들 삶을 보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까요? 아니 성불의 경험을 통해 얻은 하얀 쥐와 같은 지혜와 총명의 눈으로 우리의 잘못된 아상을 보고 대체 뭐라고 꾸짖을까요? 그 궁금증을 하나하나 시리즈로 엮어보려 합니다.

  손오공의 탄생은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서 비롯되었는데, '대당서역기'는 중국 당나라의 승려 현장법사가 인도와 서역의 여러 나라를 순례하고 돌아와 쓴 여행기입니다. 이 여행기는 중국인들의 당시 호기심과 맞물려 거의 천오백년의 각색을 거쳐 '서유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부처는 무엇일까?”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서유기'입니다.

 '서쪽으로 유람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정토로 여행을 한다'라는 말입니다. 구법(求法)여행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구법여행은 바로 부처가 되기 위한 여행입니다. 그런 서유기의 대부분을 꾸려 나가는 것이 손오공입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부수고 요괴들을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생뻘인 저팔계와 시도 때도 없이 다투면서도 구법여행을 마무리 합니다. 어설픈 사오정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끝까지 임무를 완수합니다. 저팔계는 지독한 탐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서고, 사오정은 어리석음을 한껏 보여줍니다. 무명을 탈피하지 못하고 번뇌와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있는 우리의 탐·진·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우리가 삶을 힘들게 하고, 우리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습니다. 삼장법사의 구법여행은 손오공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을 통해 탐·진·치 삼독의 진면목을 한껏 보여줍니다. 그리고 삼독으로 비롯된 인간이 겪어야 할 81개의 난을 이겨내고, 108명의 요괴들을 물리침으로써 드디어 번뇌의 주범인 탐·진·치 삼독을 떨쳐 내게 되는 '성불의 길'을 완성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손오공이 성불 여행을 끝내고 부처가 된 지 15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지독한 탐·진·치로 지옥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바르게 사는 삶'의 시작이 바로 정견(正見)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바르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 또한 의지작용과 관습들이 과거의 업에 의해 완전하게 더럽혀져 있음에도, 여전이 사물이나 일들을 접하고 판단할 때 더럽혀진 눈, 귀, 코, 입, 몸, 생각의 방식을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업장(業障)이라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업장을 말끔하게 씻어낸다면 그 세상은 정말 맑고 밝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이를 '제법실상'이라고 합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처의 눈이며, 부처님이 만들고 싶어 하는 세상입니다. 천국이나 지옥이 아닙니다. 손오공은 성불여행을 완수함으로써 그러한 부처의 눈을 얻었던 것입니다.  
 
 성불여행이 끝났지만 관세음보살이 머리에 채운 긴고테가 손오공에게는 큰 근심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삼장법사에게 긴고테를 풀어 달라고 하자, 삼장법사는 "이미 풀렸다. 예전에는 너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법력을 써서 너를 다스렸지만 너는 이미 부처가 됐기 때문에 이미 저절로 없어진 것이다."
 
 108 번뇌로 자신을 얽어매는 이 모든 끄달림은 누군가가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푸는 것이라는 큰 가르침을 주면서 서유기가 끝이 납니다.
  
 그런 손오공이 지금 우리에게 돌아와 '참된 삶'을 위해 우리에게 훈수를 둔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성불여행에서 탐·진·치 삼독으로 일관했던 삶을 끝내며, 부처가 되기까지 어렵사리 얻었던 큰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줄 것입니다.

 "탐심 없이, 성내는 마음이 없이, 어리석음을 깨우쳐 세상을 바라보아라! 모든 것은 실체가 없다. 다만 인과 연으로 맺어진 결과물일 뿐이다. 그것은 영원하지도 않고 인연이 다하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허상에 소중한 인생을 끄달려 살지 말아라!"

 특히 올 경자년은 지혜와 총명을 갖춘 하얀 쥐의 해입니다. 앞으로 제 칼럼은 손오공의 성불여행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그 구도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배우고자 하며, 이를 통하여 우리 모두가 하얀 쥐의 혜안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손오공의 첫 여행을 접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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