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자 시의원

하성자 시의원.

 자유를 꿈꾸는 로빈슨 크루소여, 사회를 그리워하는 로빈슨 크루소를 발견하지 못했는가? ‘군중 속의 고독’보다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삶, 너는 얼마나 외로울까?

 사회의 건강은 소통의 척도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지. 우리는 소통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속박하고 또 상대를 구속하고 있는지 깊이깊이 고민해 봐야 해. 소통하는 생활이 속박이라는 구속이 되는 모순이 반복되는구나. 나뭇가지를 흔들고 물결을 일으켜도 바람은 나뭇가지와 물을 소중히 여겨 비켜가지. 심지어 바위나 집이나 우리 몸도 적절히 피해서 슬기롭게 지나가지. 그것을 배려라 치면 우리는 바람이 되자꾸나. 

 사랑과 구속에 적절하게 노출된다는 건 특별한 축복인 게지. 엄마의 잔소리, 아이의 투정소리, 그것들을 보듬고 어울려 사는 소소한 생활 속에서 집과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 이 행복감, 이 축복이 설마 꿈일 리야!

 너는 늘 미소 지으며 눈 맞추고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지. 아마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였던 것 같아. 세월이 흘러 생각만 해도 힘이 돼. 바라는 것 없이 주려는 눈빛, 마음끼리 공유했던 시간들이 감동스러워, 수십 년 됐지만 여전히 느껍다. 가까운 곳에 있는 듯. 네 덕분에 힘들 때 맑혀가는 마음을 마중하곤 해.

 사람들로부터 전해 오는 드맑은 정(情)의 촉감, 그 감각으로 해서 가뿐하다. 이 기쁨도 왜곡일까 의심하지 말기를, 소통의 상쾌함은 맛 본 사람만 알지. 신선한 사회의 공기, 그걸 들이키고 싶은데 때로 갈증으로 힘들 때 나는 너로 인해 갈증을 해소하곤 해, 그러고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나설 착한 마음을 준비하곤 하지. 고마운 친구여.

 최근의 너를 스캔해 보았어. 너는 항상 고마운 사람들과 어울려 꽃송이처럼 살고 있구나! 너는 무한정 너를 사랑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학습하며 사회를 익히고 그 사랑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네가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사랑 받는 너는 멋져 보여. 그런데 네가 조금 힘들어 보여.

 그러고 보니 오랜 습관이 된 네 새벽의 모습이 몇 년 사이에 변모했구나. 새벽 네 시, 일어나자마자 일정을 챙기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성실하자, 네가 속한 모든 것을 야무지게 꾸려야 한다며 다짐을 하지. 네가 선택한 삶이니만치 책임지는 행동 속에서 해야 할 공적인 일과 개인적인 일들을 부지런히 소화하면서 언제나 하루를 알차게 충전하니 참 대견하다. 너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구나.

 내 생각을 말해줄게. 네 생활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너는 네가 지녀왔던 소중한 습관을 조금씩 버리기 시작했어.  언제부턴가 마음조차 조급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그 때를 떠올려봐. 오롯이 고요한 시각, 네가 만나왔던 새벽의 그 경건한 모습, 너와 함께 했던 벅찬 자유와 가슴 설레던 그 때를 온전히 기억하면 좋겠어.

 너는 자명종만큼 정확했지. 눈뜨자마자 세수를 하고, 명상을 하고, 책을 펼쳐 들었던 새벽, 잠 짙은 가족들은 너와 너의 그 새벽이 밀회할 절호의 기회를 매일같이 제공해 주곤 했었지. 가족들의 편안한 얼굴, 고른 숨소리가 너는 행복하다고 했지. 늘 감사가 우러난다고 말했지. 네 삶에 무한 기쁨이었던 책들, 저자와 나누었던 행복한 대화의 새벽이, 그 새벽이 멀찍이서 머뭇머뭇 너를 바라보고 있구나.

 그 새벽이 제 모양새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드디어 알아차렸으니, 너는 문득 그 새벽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지. 다음 날은 또 있겠지만, 오늘은 오늘 뿐이니까, 차오르는 기쁨에 미소 가득 지으며 너는 오늘 새벽에 드디어 책을 펼쳐들었다지. 축하해. 네 자존의 자전과 공전이 정상궤도를 회복했구나. 내년에도 궤도가 유지되기를 기도하자, 새해에 더 기쁜 소식 나누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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