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화가 김홍도

 

천년의 화가 / 김홍도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480p / 2만 2천 원.

 김홍도는 생계를 위해서 도화서를 퇴근한 후 그림을 그려 광통교에 내다 팔았다. 신선도든 산수화든 주문을 거절하지 않았고, 사례도 주는 대로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광통교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김홍도의 눈길을 끌었다. 싱글벙글 웃는 사람, 낮술을 걸친 듯 불쾌한 사람, 호박엿을 손에 쥔 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아이…. 김홍도는 근엄하기만 한 조정 대신이나 관료들과는 달리 다양하고 생생한 평민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김홍도는 빨래터, 우물가, 대장간, 말 목장, 어촌 등을 두루 찾아가 후세에 길이 남을 풍속화를 남겼다.

 우리 나라 사람 치고 김홍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조선시대 풍속화의 대가인 단원 김홍도에 대해 배웠고, 그 이름을 참으로 많이도 들었다. 기억나는 그림도 많다. 씨름하는 장면, 씨름하는 장터마당에서 엿을 파는 아이의 얼굴, 서당에서 훈장님께 회초리 맞는 장면, 그런 그림들은 언제 어디서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단원 김홍도의 이름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림은 그렇게 잘 알지만, 우리는 김홍도의 삶은 잘 모르고 있다. 김홍도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충렬 작가가 펴낸 <천년의 화가 김홍도>는 조선 최고의 천재화가로 꼽히는 단원의 삶을 기록한 첫 번째 전기이다. 제목 옆에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라는 부제가 있다. 이충렬 작가는 1994년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가깝고도 먼 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로 등단했지만 전기를 쓰는 일에 더 매진하고 있다. 조선의 대수장가 간송 전형필의 전기를 집필한 <간송 전형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의 삶을 복원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 전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이충렬 작가의 일곱 번째 전기다.

 작가는 전기는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주인공의 삶의 모습과 정신세계를 글 속에 녹여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해야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김홍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시대 배경 속에서 그림을 그렸는지, 그의 그림이 어떻게 당대부터 현재까지 울림을 주는 예술작품이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는 서사 구조와 이야기 구조(스토리텔링)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를 과거의 인물에서 현재의 인물로 불러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의궤, 승정원일기 같은 국가기록물, 강세황의 <표암유고>와 김광국의 <석농화원>을 비롯한 동시대인들의 기록, 당대 양반 및 중인의 문집, 시대상을 그린 소설, 김홍도와 조선 후기 사회를 설명하는 최신의 연구 자료를 교차 대조하여 그동안 논쟁과 추정에만 기대어온 김홍도의 삶을 복원했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 소년이 임금을 그리는 어용화사가 되고, 조선의 새로운 경지라는 찬사를 듣는 화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을까. 생의 마지막조차 기록되지 않을 만큼 쓸쓸한 말년을 보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중인 출신의 예술가 김홍도. 그 삶의 궤적을 치밀하게 뒤쫓은 책이다. 미술 책에서 보던 김홍도가 아니라, 살아있는 김홍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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